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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기획] 짙은 ‘불평등의 그늘’ 저출생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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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 정민훈 기자 | 한제윤 기자

승인 : 2024. 11. 11. 18:13

IMF 부작용 '양극화' 등 20여 년 방치
MZ, 불확실한 미래에 결혼·출산 기피
전문가 "끝모를 저성장의 공포감 상당"
/게티이미지뱅크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이 어느덧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올라섰지만, 그 부작용으로 각종 사회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출생 문제는 향후 5년 후 생산가능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가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대전환'을 위해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11일 창간 19주년을 맞아 아시아투데이가 만난 석학들은 '저출생' 문제를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 2022년 기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다. 주요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1명, 한국은 0.78명이다. 지난해엔 0.72명으로 더 낮아졌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출생아는 약 45만명에서 23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불평등 구조가 누적된 결과라는 게 석학들의 진단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개발주의 패러다임'의 한계로 IMF외환위기를 겪고, 이후 '2등 전략'(패스트 세컨드)으로 이를 극복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사회적 불평등, 과열경쟁 등 부작용이 해결되지 못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가 뿌리 깊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불안감을 느끼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여성들은 차별이 여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 주거 미래가 불확실하니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그러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선진국은 대부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출산율이 낮지만 우리는 저소득층, 청년층의 출산율이 낮다"며 "결국 각 부분의 불평등 구조가 원인인데 이걸 기성세대가 만들고 누적시켰기에 청년들이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저성장이나 장기적인 경기 후퇴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리막길을 가야 된다는 공포감이 생각보다 상당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을 꼽았다. 출산·육아 관련 수당을 얼마나 받는지는 '육아' 단계에 들어섰을 때 참고할 사항이지, 당장 미혼인 이들에게는 고민의 여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는 "자판기에 투입하면 상품이 바로 나오는 것처럼 경제 공식에 따라서 아동 수당 현금 지원을 얼마 해주면 자동으로 아이가 몇 명 태어나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져야 결혼이나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그런 확신을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학들은 결혼·출산 기피는 불평등에서 기인한 만큼 시대정신을 반영한 완전히 다른 리더십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동엽 교수는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하는 '대전환기'에는 '제로베이스'로 새로 출발해야 한다"며 "'열린 자세'의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숙 기자
정민훈 기자
한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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