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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문에?”…브릭스로 향하는 동남아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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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1. 17. 16:24

브릭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의 모습. /타스통신 연합뉴스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세계 경제가 험난한 시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동남아 국가들이 헷징(Hedging·상쇄) 수단으로 브릭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는 브릭스로 향하는 동남아국가들의 움직임이 개별 국가의 목표와 지역적 이익이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중 미국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에 가입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브릭스는 2006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창설했다. 2011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고 올해는 이집트·이란·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가 새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는 총 28조 5000억 달러(3경9786조원)으로 이는 세계 경제 규모의 28%에 달한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브릭스에는 아직 정식 동남아 회원국은 없다. 다만 지난달 말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한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이 파트너국으로 참여했다.
◇ 브릭스 회원국 가입…3개국은 '적극적', 베트남은 '신중'

동남아 4개국이 브릭스로부터 파트너국가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정식 회원국 가입에 대한 의지에선 차이가 보인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은 브릭스 회원국이 되길 희망한다는 가입 의사를 발표했다. 반면 베트남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안 스토리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3개국은 브릭스가 움직이는 방향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고 정회원이 되는 것의 경제적·지정학점 이점을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더 조심하면서 당장은 파트너국가로 남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브릭스가 반(反)서구적인 경향을 보일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약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립·다자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선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이 특정 진영을 편드는 것이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다양한 그룹에 가입하는 것이 자칫 외교 정책의 수행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은 브릭스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 브릭스가 운영하는 국제개발 금융기관인 신개발은행(NDB)이 인프라·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이 "지정학적 관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광범위한 전략과도 일치하고,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 예측불가 트럼프 2.0 시대…"브릭스는 헷징 수단"

싱가포르 라자나트남국제연구원(RSIS)의 앨런 청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세계는 글로벌 경제 관계에서 매우 험난한 시기를 겪고 있고 브릭스가 이에 대한 헷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 정회원 자격을 얻길 원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경제적 관계를 점점 더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곧 물러나는 바이든 행정부에선 이 문제에 상대적으로 온건했지만 지난 2017~2021년 트럼프의 첫 행정부에선 이 무기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만큼 "브릭스 가입을 원할 이유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간 무역 협정에서 탈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력은 지역 경제 협력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대한 우려에 다시금 불을 붙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예측 불가능한 미국을 보며 '대안적이고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모색하게 되는 까닭이다.

브라질·인도·중국과 같은 브릭스 주요 회원국들 역시 미국과 유럽시장 못지 않은 큰 시장인 만큼 동남아 국가들에겐 이들 국가가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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