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뇌물·약정금 반환 7년訴… 유진그룹 ‘오너리스크’ 벼랑 [유진그룹 회장 자택 가압류]

유경선 회장, 약정금반환訴 승소 목적
"부적절한 편의 받으려했다" 주장에도
판사 "증거 없다" 기각하며 패소 자초
YTN 인수 때도 과거 뇌물청탁 논란
연이은 오너 구설, 그룹 이미지 먹칠

유경선 회장의 자택이 가압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진그룹의 '오너리스크'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가압류 사태의 원인인 '약정금 반환 소송'에서, 유 회장은 약정금의 대가로 부적절한 편의를 받으려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회장은 최근 YTN 인수 당시에도 과거 '검사 뇌물청탁'으로 실형을 받은 사실이 걸림돌이 된 바 있다. 연이은 구설에 유진그룹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본지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확인한 '약정금 반환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문'에 따르면, 유경선 회장 측은 하이마트 인수(M&A) 과정에서 선종구 전 회장으로부터 부적절한 편의 제공을 받고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유경선 회장 측은 "400억원은 M&A 과정에서 원고(선종구 전 회장)가 피고(유경선 회장)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한 대가"라며 "이런 편의 제공에 불법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계약서에 그 내용을 기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상대방인 선종구 전 회장 측 주장에 반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선종구 전 회장 측은 "400억원은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의 부탁으로 M&A 증자에 참여해 지분투자를 한 것에 대한 보장책"이라고 주장했다.

선 전 회장의 주장대로 400억원이 '지분 투자의 대가'로 인정되면, 이미 해당 투자를 마친 선 전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에 유 회장은 부적절한 요인을 인정하더라도 '각종 편의를 제공해 준 대가'라고 주장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판사가 오히려 "증거가 없다"며 해당 주장을 기각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판사는 또 이미 해당 건으로 유 회장은 배임증재 혐의로 공소가 제기됐으나 무죄판결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 회장은 약정금 등 청구를 다투려고 스스로 '부적절한 지원을 받으려 했음'을 주장하고도 수백억원을 지급하게 된 데다 재산도 가압류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은 하이마트를 매각한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유경선 회장의 경영 행적이 유진그룹에 오너리스크로 작용한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유진그룹의 YTN 인수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유 회장의 뇌물 사건을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고한석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지난 2월 5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근처 기자회견에서 "유진은 유경선 회장이 검사에게 뇌물을 줘서 징역 실형을 선고받고, 나눔로또 사업에도 탈락했다"면서 "사회적 신용이 바닥이고, ESG 경영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유진그룹은 언론사 최대 주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2012년 검사에게 내사 및 수사 무마를 청탁하며 수억원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회장은 이 사건으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확정받았다.

총수의 저택이 가압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지금, 유진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유진그룹은 오너리스크 해소와 이미지 쇄신이라는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