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분기 카뱅·케벵 씬파일러 대출 시중銀 2배↑
시중銀, 데이터 확보·처리 어려움…부실 리스크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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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신용평가는 고객의 요금 납부 이력이나 디지털 행동 데이터 같은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방식이다. 기존 신용평가모형은 고객의 재무 정보를 기반으로 했던 탓에 금융거래 실적이 적은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고객들은 불리한 신용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지난 2022년 말부터 대출 심사에 적용한 이래 올해 6월 말까지 중·저신용자에 6600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추가 공급했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카카오뱅크가 카카오그룹뿐만 아니라 타 제휴사의 가명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됐는데, 현재는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에도 해당 모형이 사용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소득과 신용이력, 통신 데이터 등 대안정보를 자체 신용평가시스템(KSS)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와 협업 관계를 맺고, 두 카드사로부터 총 2600만건에 달하는 대안신용정보를 받아 대출심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자체 신용평가 모델 '토스 스코어링 시스템(TSS)'을 개발해 2600만명이 가입한 토스앱을 기반으로 한 금융 소비자들의 비금융 활동 정보, 개인사업자 정보 등을 활용 중이다. 이에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기존 중·저신용자에 속했던 10만여명을 고신용자로 재평가, 약 2조1000억원의 신용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실적은 미미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씬파일러 대출 잔액은 2893억원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씬파일러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건 대안정보 데이터 확보와 분석에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연체 등 부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할 유인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주로 은행들은 타 업종의 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아예 자체적으로 고객의 대안 정보를 수집하는데, 은행업만으로는 고객의 비금융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렵게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정형화된 금융 정보에 비해 비금융 정보는 금융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선 데이터 가공이 추가로 필요하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비금융 정보를 수집하고자 각각 알뜰폰 사업인 'KB리브모바일'과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를 통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구축, 일부 대출에 활용한 적이 있지만 낮은 점유율과 적은 사용자로 인해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려야 할 유인이 없어 대안신용평가모형 구축에 시큰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터넷은행들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의 비중이 30%를 넘어야 하는데,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비교적 우량한 고객 확보를 위해서 대안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부실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씬파일러 대출을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은 0.88%로, 시중은행(0.28%)보다 3배가량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모형으로도 시중은행은 무리 없이 대출 고객을 선별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 비중이) 30% 제한이 있는 인터넷은행들은 변별력을 위해서라도 대안 정보 활용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라며 "상생 금융과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시중은행들도 대안 정보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