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2000억 달러 분할투자' 극적 합의
국내 4대그룹·엔비디아 등 전방위 협력
"산업전환 분기점… 기대 이상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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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한 관세 협상…車업계도 한숨 돌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3개월 넘게 이어져 온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마침내 타결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던 자동차 업계는 미국 관세를 15%로 확정지으며 숨통을 틔웠다. 현대차와 기아는 25% 관세로 지난 3분기에만 각각 1조8000억원, 1조234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번 타결로 일본 등 경쟁사와 동일한 15%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부에 큰 빚을 졌다"고 말하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총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로 하되, 연간 200억달러 상한을 설정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당초 정부가 구상했던 '5% 이내 현금 투자'보다 확대된 수준이지만,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투자 조건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투자 MOU에는 '원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상업적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조항과 '한일 기업 우선 참여권'이 포함됐다.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APEC 중심 화두 'AI'… 韓에 GPU 26만장, 젠슨 황의 '엔비디아' 매직
이번 APEC의 중심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특히 AI 칩을 주도하는 전세계 시총 1위 엔비디아와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은 이번 APEC 기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 및 주요 기업과 협력해 최대 14조원 규모, 약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GPU는 돈을 주고도 못 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정부는 공공 부문에 약 5만장, 국내 주요 기업에 20만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가진 '치맥 회동'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글로벌 AI 동맹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낳았다. 황 CEO는 이후 지난달 31일 APEC CEO 서밋 마지막 날 열린 특별 세션에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초대형 협력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APEC을 통해 한국은 통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핵심 축으로… 아마존 등 빅테크,'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세례
한국을 아태지역 AI 수도로 칭하며 파트너를 자처한 건 엔비디아만이 아니다. 지난달 28~31일 열린 APEC CEO 서밋에는 황 CEO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맷 가먼 AWS CEO는 인천·경기 지역에 2031년까지 5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SK그룹과는 7조원을 들여 울산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인 상태에서 나온 추가 투자 발언이다. 국내에서도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해 AI 협력 논의에 힘을 보탰다. 최태원 회장은 "AI는 이제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성장 엔진이자 안보 자산이 됐다"며 기술 자립과 신뢰 기반 협력의 조화를 강조했다. 구글의 사이먼 칸 부사장도 "AI의 진보는 협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