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관세 왕’ 트럼프의 좌절...美 대법원, 트럼프 ‘관세 폭주’에 급제동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21010006187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21. 02:51

6대 3 판결로 IEEPA 근거 상호관세 위법 선언… "명확한 의회 승인 필수"
보수 대법관 3인도 가세해 행정부 독주 견제… 트럼프 "수치스러운 판결"
상호관세 지렛대 무력화에 동맹국 무역 합의 불확실성 증폭
트럼프 관세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백악관 집무실 사진에 '관세 왕'이 적혀 있다./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대상 관세 정책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며 행정부의 비상권한 해석에 명확한 경계를 그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법적 권한을 벗어났다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핵심 통상 정책에 대한 첫 연방대법원 본안 위법 결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의 대표 정책에 대한 통렬한 부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관세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 미 연방대법원, "관세 권한은 의회 몫"…대통령 IEEPA '비상권한' 확장에 제동

사건의 핵심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암묵적으로 위임했는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의 '수입을 규제(regulate … importation)'할 권한이 관세를 포함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다수 의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의견은 "의회가 관세라는 구별되고도 비상한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면 이를 명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다수 의견 중 "IEEPA가 부여한 '수입 규제' 권한이 관세 권한을 포괄하는지가 쟁점인데, 그렇지 않다(It does not)"고 전했다.

대법원은 관세를 조세권(taxing power)의 일부로 규정하고, 헌법 제1조가 해당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또한 '중대한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적용해 광범위하고 경제·정치적 파급력이 큰 권한 위임은 명확한 입법 문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EU>)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 판결 6대 3…보수 성향 3인도 다수 합류

다수 의견에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과 진보 성향 3명이 함께했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엘리나 케이건·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에이미 배럿 대법관이 위법 의견을 냈다.

반면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브렛 캐버노·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외교 및 국가안보 맥락에서 대통령의 재량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며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도 포함된다며 이번 판결에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이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권한을 초과했다"고 전하면서 판결이 '경제 및 소비자에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 대상 관세, '전면 10%' + 국가별 관세

심리 대상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무역적자 시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전 세계에 적용된 기본 10% 관세, 다른 하나는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해 펜타닐 유입 책임을 이유로 부과된 관세였다. 대법원은 두 범주 모두 IEEPA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WSJ는 해당 관세가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트럼프 2기 관세의 70%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 환급·후속 소송 불가피…시장 '안도' 속 달러 약세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 수입의 환급 여부를 직접 다루지 않았다. WSJ는 "환급 문제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환급 조치가 재무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혼란(a mess)'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기업들이 환급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보호 소송(protective lawsuits)'을 수백 건 제기했다고 전했다.

NYT는 "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2000억달러 이상의 관세를 징수했다"며 환급 필요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WSJ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판결 직후 주가지수는 완만히 상승했고, 무역·관세 민감 주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 백악관 '대체 법률' 검토…무역확장법·무역법·관세법 등 절차·범위 제약

판결 이후 백악관이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WSJ는 이들 법률이 절차적 제약과 적용 범위 제한을 갖고 있어 IEEPA처럼 신속하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을 '수치(disgrace)'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과의 비공개 회의 도중 판결 소식을 접하고 회의를 단축했다고 보도했다.

한미무역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테이블 우측 가운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구 부총리 우측)·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좌측) 등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이 2025년 7월 30일 백악관에서 한·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타이블 좌측 오른쪽 두번째)이 8월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 한국 등 협상국 '재조정' 압력…미 통상전략 흔들

이번 판결은 미국과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 및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호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정책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당장 독자 대응보다는 주요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과 관세라는 조세권을 엄격히 구분하며 행정부의 비상권한 확대 해석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통상 정책뿐 아니라 비상권한을 둘러싼 행정부·의회 간 권한 경계 논쟁 전반에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환급 소송, 대체 관세 입법, 글로벌 무역 질서 재조정 등 후속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