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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이라크 3.7조원 수출계약 쾌거에도 우려 목소리 나와

‘K방산’ 이라크 3.7조원 수출계약 쾌거에도 우려 목소리 나와

기사승인 2024. 09.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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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상국 경제·안보 상황 좀 더 면밀히 살펴야
이라크, 경제난에 미군 완전 철수 합의까지 난국
사진1_천궁II 사격 이미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국내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게 '천궁Ⅱ'./ 제공=LIG넥스원
'K방산'이 지난 주 3조 7000억원 규모의 중동수출 계약 소식을 전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국방부와 '천궁Ⅱ'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국내개발된 중거리·중고도 대공유도무기체계(M-SAM)가 오는 2026년께부터 이라크군에 전력화 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선진국이 점유하고 있던 중동 방산시장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유도무기 체계의 대규모 수출이 연이어 성사된 것으로 K방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출 대상국가가 이라크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이라크의 경제 상황과 안보 정세 등을 고려할 때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주이라크 한국 대사관이 공개한 주간경제동향(8월 16일~22일)에 따르면 이라크 재무부는 재정적 부담으로 의회 보수 지급을 10일간 지연했다. 이라크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공식적으로 현금 부족 상황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이라크 의회 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재무부의 현금 보유 및 운용 상황이 투명하지 않으며, 이는 이라크 디나르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2일 공개한 이라크의 신용 등급은 B-/B 수준이다. 케냐, 앙골라, 마다가스카르, 몽골, 니카라과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6월 최종 수정한 경제 전망을 통해 "이라크 경제는 여전히 석유 가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석유 가격이 기대 이하로 떨어지거나 생산이 더욱 제한되면 예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비석유 부문 성장과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지만 석유 의존도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라크 경제 사정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보 정세도 녹록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 "미국과 이라크가 2026년까지 대부분의 미군을 철수시키는 계획에 합의했다. 첫 단계는 2025년까지 두번째 단계는 2026년 완료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도 20일 기사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철수 계획이 다음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아클 에릭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관은 18일 밀리터리 타임즈 인터뷰에서 "이라크 보안군이 자립할 준비가 되기 전에 연합군이 철수하면 ISIS(이슬람 국가)의 귀환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금 과한 가정을 한다면 계획대로 미군이 2026년까지 완전 철수한 후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이 수출한 첨단 유도무기체계인 '천궁Ⅱ'가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에 넘어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국내 기업이 이라크 사업에 진출했다 철수한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는 지난 2013년 약 13조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맺은 후 내전 등으로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결국 2022년 10월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이라크 정부와 자금조달 합의각서(MOA)가 체결돼 올해 2월 사업은 재개됐지만 현재도 자금조달이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산 전문가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K방산 세계 4강 달성'을 위해 수출에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수출 대상국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라크와 같은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경제 상황과 안보 정세 등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보고 접근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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