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로구 원격 제설함, 첫눈에 작동 불발…평창동 주민들 ‘불안’

116년 만의 폭설…40㎝ 넘는 눈 속 작동 문제로 효율성 논란

서울에 첫눈이 내린 지난 27일 종로구 평창21길의 한 비탈길에 설치된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원격 제설함)가 작동하지 않아 눈이 가득 쌓여 있다. /독자제공

"올해는 원격 제설함(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 덕분에 비탈길도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작동조차 안 되니 실망스럽네요."

서울에 첫 눈이 내린 지난 27일 종로구 평창동 일대 주민들은 새로 설치된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 덕에 안전한 통행을 기대했지만 크게 실망했다. 큰 눈이 내려 비탈길이 얼어붙었지만 새로 설치한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로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종로구 평창21길 일대 좁은 도로와 비탈길을 중심으로 총 244개의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를 설치했다. 특히 평창동은 언덕이 많은 특성 때문에 집중 관리 지역으로 설치가 이뤄졌다. 이 장치는 CCTV를 통해 도로 상황을 확인한 뒤 원격으로 제설제를 살포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난 27일 첫눈에 일부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장치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는 기온 영상 2도 미만, 강수 확률 30% 이상일 때 자동으로 작동해야 한다. 민원이 들어오거나 CCTV로 취약 구간이 확인될 경우 수동으로도 제설제가 살포된다.

종로구 일대에 비탈길 안전을 위해 자동 제설액 살포 장치가 설치돼 있다. /(주)즐거운미래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가 첫눈부터 작동하지 않으면서 겨울철 안전 대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김모씨(56)는 "가을에 비탈길 곳곳에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를 설치하는 걸 보고 이번 겨울은 안전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첫눈이 와도 작동하지 않아 설치 전과 다를 바 없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설치 업체 측의 통신 연결 문제로 일부 제설 자동액상 살포장치가 원격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어제 눈이 너무 많이 온 탓에 수리 차량이 언덕을 오르지 못해 수리가 늦어졌고, 현재는 조치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초기 대응이 더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에는 28일까지 이어진 폭설로 일부 지역의 적설량이 40㎝를 넘기며, 116년 만에 세 번째로 많은 눈이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