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ㆍ정부 압박에도 마이웨이
허정무 견제는 변수, 총력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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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4선 도전을 위해 축구협회에 후보자 등록 의사를 표명하는 절차다. 서류 제출과 동시에 차기 회장 선거는 사실상 시작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9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출마 의사를 드러냈고 30일 포항스틸러스의 우승으로 끝난 코리아컵 결승전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제55대 KFA 회장 선거에서 맞붙게 될 허 전 이사장과 만남이었다. 둘은 어색한 악수와 인사를 짧게 주고받았다.
정 회장은 "아직 여러 절차가 있어 추후 정리가 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정 회장은 불투명한 협회 운영과 절차를 무시한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았고 축구팬들로부터는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 노조 역시 연임 반대를 외친다. 정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끝내 4선 출마를 강행한다. 정 회장이 여론의 압박에도 마이웨이를 걷는 배경을 놓고 결국에는 축구협회장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명예와 권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축구협회는 연간 1900억원 예산을 주무르는 대형 체육단체이고 회장은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한국을 대표하며 여러 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정 회장이 2017년부터 2년간 의원으로 활동했던 FIFA 평의회의 경우 중동 지역 석유재벌들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들과도 교류할 수 있다. 축구협회장이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이끄는 기업가로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넓힐 이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다는 해석이다.
일단 선거를 치르면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는 점도 빼놓지 못한다. 31년간 축구협회장을 독점해온 현대가 계열은 프로축구 남녀 구단 4개를 보유하고 있어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췄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약 200명으로 이뤄져 현역 프리미엄이 강할 수밖에 없다. 여론이야 어떻든지 출마하면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아 정 회장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애초 희박했다.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대항마 허 전 이사장은 견제의 강도를 높이며 맞서고 있다. 한국 축구 전설 중 하나로 선수·지도자·행정가를 모두 경험한 허 전 이사장의 존재는 4연임의 변수다. 허 전 이사장은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계 큰 불행"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허 전 이사장은 "상대 후보를 존중하면서도 지적할 건 지적하고자 한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다"고 추후 물러서지 않는 총력전을 예고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는 12월 12일 구성된다. 후보 등록은 내달 25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되며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린다. 당선자는 2025년 1월 2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