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CES 2025] “아! 옛날이여”… ‘슈퍼 甲’ 황의 입에 韓반도체 천수답 신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09010004260

글자크기

닫기

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1. 08. 18:02

엔비디아 신제품에 마이크론 선택
삼성·SK하이닉스 주가 하락 했지만
"삼성, HBM 성공" 메시지에 주가 ↑
"선제적 투자로 독점기술 확보해야"
미국 엔비디아는 자타공인 AI(인공지능) 시대의 절대강자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AI 칩은 개당 4000만원이 넘는데도 없어서 못 살 정도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한국 반도체 대표기업들에도 엔비디아는 '슈퍼 갑(甲)'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말 한마디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요동치는 게 그 방증이다. 젠슨 황의 '파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 '황의 입'에 울고 웃는 삼성·SK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5 기조연설에 나선 황 CEO는 엔비디아의 새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는 이 칩에 미국 마이크론 GDDR 메모리가 사용된다고 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이날(7일) 삼성전자 주가는 0.89%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간택'을 못 받았다는 실망감이 반영되면서다. SK하이닉스 주가도 2.4% 떨어졌다. 그로부터 17시간 뒤, 황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 테스트를 여전히 진행 중이고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진 8일(한국시간)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한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3.43% 오른 5만7300원에 장을 마감했다.황 CEO의 '입'에 삼성전자 주가가 울고 웃는 상황이 연출된 것.

황 CEO의 '입'에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요동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황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 세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삼성전자 주가는 5.6% 치솟았다. 반면 엔비디아 HBM 공급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주가는 2.3% 하락했다. 지난해 6월에도 마찬가지. 당시 황 CEO는 대만 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품질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이 여파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황 CEO가 'SK AI 서밋 2024' 영상메시지를 통해 "SK하이닉스의 HBM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자 SK하이닉스 주가가 5% 넘게 뛰기도 했다.

◇ '천수답' 신세 된 한국 메모리

황 CEO의 말 한마디에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흔들리는 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중심축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줄곧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중심' 시장이었다. '누가 더 많은 칩을 더 싸게 만드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했다.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범용 칩 위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것도 이런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똑같은 전략을 채택했고, 이 전략을 미처 따라하지 못한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망했다.

이랬던 반도체 산업에 변화가 시작된 건 2022년이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고객 기반형 커스텀 반도체(Customized Semiconductor)가 등장하면서 산업 주도권은 '공급자'가 아닌 '고객사'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누가 고객 니즈(needs)를 가장 잘 맞추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바로미터가 되었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으로 HBM 등 고성능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패러다임 변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계의 '슈퍼 갑'이 된 이유가 이것이다.

국내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 한국이 이제 엔비디아 주문에 의존하는 '천수답' 신세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앞으로도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힘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이 '삼성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삼성에겐 굉장히 뼈아픈 일이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결국 합격은 못했단 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할 때"라며 "당장이 아닌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앞서가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