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골 깊어지는 튀르키예-이스라엘…양국정상 막말에 ‘감정 싸움’

에르도안 "네타냐후는 히틀러" 원색적 비난 퍼부어
이스라엘 즉각 반격…"쿠르드족 대량학살 자행"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튀르키예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을 언급하며 맞받아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한 시상식 행사에서 현지 매체에 송출된 가자지구 주민의 영상에 대해 "이스라엘에서 나치 수용소가 보이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에르도안은 "그들(유대인)이 히틀러에 대해 어떻게 말해왔는지 기억하는가"라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행동과 히틀러가 저지른 일의 다른 점이 무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히틀러보다 더 부자인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모든 종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 2만명 이상의 가자주민들을 살해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방과 달리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로 지칭하며 하마스를 적극 옹호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네타냐후 총리를 '가자지구의 학살자'라고 지칭하며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넘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전 대통령이 그랬듯 가자지구의 전쟁범죄자로서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1998~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저질러 '발칸의 도살자'로 불린 악명 높은 독재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도를 넘은 비방에 네탸나후 총리도 즉각 반격했다. 네탸나후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쿠르드족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반정부 언론인 투옥으로 세계 기록을 보유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장 도덕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튀르키예는 분리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쿠르드족과 대립하며,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하마스 지도자들을 옹호하고 자국으로 초청까지 했다면서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테러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현실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실존적 필요"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