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지식은 사람이 아닌 화엄경"
무비스님의 '공부하는 불교' 울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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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1세인 여천무비(如天無比)스님은 불교계의 이름 난 대강백(講伯·불교 경론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탄허스님의 법맥과 강맥을 이었으며, 각성·통광스님과 함께 '탄허 삼걸(三傑)'로 일컬어진다. 1943년에 태어난 무비스님은 근기부터 남다른 스님이었다.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있는 사찰에 놀러 갔다가 만난 또래의 동자 스님이 '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고 백 년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라는 자경문의 구절을 듣고는 그는 충격을 받는다. 이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직감한 스님은 15살 나이에 출가하게 된다.
15살 소년은 이제 여든 살이 넘은 노인이 됐다. 그러나 경전을 설할 때면 무비스님은 다시 소년이 된다. 스님은 2003년 척추농양 제거 수술을 받다가 신경을 다쳐 하반신 마비가 왔다. 거동이 불편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스님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강의하고 경전 출간을 해왔다. 심지어 유튜브가 활성화되자 매일 아침 유튜브 염화실TV 채널을 통해서 화엄경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과 육체적 제약을 뛰어넘어 법을 펼치는 무비스님의 모습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화엄경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비스님이 추구하는 불교는 '공부하는 불교'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범어사 화엄전에서 주석하는 무비스님을 처음 뵙고 인사드렸을 때 스님은 "불교 공부에 출가·재가 구분이 없고, 너무 늦은 시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가불자도 경전을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법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부처님 법 전합시다'가 종단의 화두였던 터라, 재가불자도 공부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무비스님 역시 또래 스님의 자경문 구절을 듣고 삶이 달라졌다. 불경 한 구절이 누군가에게 불타는 마음에 단비가 될 것이며, 다른 세상으로 삶을 인도할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최근 여천무비스님 전집 화중연화(火中蓮華)가 불광출판사를 통해 나왔다. 120권이 넘는 스님 저서 중 29종 33권을 선별해 25권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예불문·천수경·반야심경 등 불교 abc부터 z까지 어린아이에게 밥을 씹어서 떠먹여 주듯 아주 친절하게 설명한 내용이 정리된 책이다.
대강백의 일생이 담긴 책인 만큼 금정총림 부산 범어사는 지난 23일 화중연화의 출간을 기념하는 봉정식을 경내 보제루에서 봉행했다. 무비스님의 법제자 모임인 명심회는 물론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스님, 전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 불국사 승가대학원장 덕민스님,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암도스님,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 금정총림 방장 정여스님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원로스님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무비스님은 "모든 깨달은 분들의 말씀은 그대로가 부처님 말씀이다. 그런 까닭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이아몬드가 우르르 쏟아진다. 오늘 오신 모든 분을 위해 책 두 권을 선물로 넣어드렸다. 아마 그 속에는 다이아몬드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무비스님의 삶은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진리를 배우고 익히는 일은 매일 다이아몬드를 발굴하는 즐거운 일이며, 공부하는 불교가 제대로 된 불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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