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도난당한 장물 ‘대명률’, 보물 지정 취소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11010004829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3. 11. 10:44

문화유산위, 행정처분 취소 결정…국보·보물급 지정 취소 첫 사례
ㅇ
'대명률'. /국가유산청
도난당한 고서를 사들여 보물에 올린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된 '대명률'(大明律)이 보물에서 제외된다. 국보, 보물과 같은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지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의 불명예다.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왔다. 중국 명나라의 형률(刑律·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다.

그러나 '대명률'은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2016년 경기북부경찰청(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명률'은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문화 류씨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인 육신당 측은 1998년 무렵 건물 현판과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사립 박물관장이던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로부터 1500만원에 '대명률'을 사들였고, 이후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물을 사들인 사실이 들통나면서 A씨는 문화재보호법(현재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당국은 법원 판결이 나온 뒤 후속 조치를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보물 지정을 취소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문화유산의 가치가 달라지거나 상실했다고 판단돼 지정을 해제한 사례는 있으나, 국보나 보물급 문화유산 지정 취소 결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