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 합의...3년 전쟁서 첫 공격 중단

푸틴, 트럼프에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 약속
젤렌스키 "제안 지지"
푸틴, 트럼프 '30일간 전면 휴전안' 거부...트럼프 '수정 제안'
NYT "전쟁 발발 3년만 첫 상호 합의 공격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7년 6월 27일(현지시간) 배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1년 12월 2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스트렐나에서 각각 통화하고 있다./AF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30일 동안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90분에 걸친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동의를 전제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30일 동안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전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합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 푸틴, 트럼프에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 약속...젤렌스키, 제안 지지

트럼프 대통령은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중단할 것을 제안했고, 푸틴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즉시 군에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휴전 대상을 '에너지 인프라'라고 했고, 미국 백악관은 '에너지와 인프라'라고 해 향후 이견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리차키우 묘지에서 헌화식을 거행하고 있다./AFP·연합

◇ 푸틴, 트럼프 '30일간 전면 휴전안' 거부...트럼프 '수정 제안'
푸틴 "우크라에 대한 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해야"
젤렌스키 "푸틴, 우크라 정부 약화 시도..무조건 휴전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안한 '30일간 전면 휴전안'에 대해 푸틴은 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 우크라이나의 인력 동원 및 재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우크라이나와 합의한 '30일 휴전안'을 제안했고, 이를 푸틴이 거부하자 '수정 제안'해 이를 관철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외국의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완전히 중단해야 오래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요구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약화하려는 것이라며 무조건적, 또는 부분적으로 무조건적인 휴전이 긍정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은 군사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음악의 집에서 열린 제34차 러시아 산업가 및 기업가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타스·연합

◇ NYT "전쟁 발발 3년만 첫 상호 합의 공격 중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도시·항구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양측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실제로 중단한다면 이는 발발 3년이 넘은 이번 전쟁에서 상호 합의한 첫번째 공격 중단이 될 것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했다.

이러한 부분적인 휴전은 러시아의 반복적인 에너지망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석유 및 가스 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해 푸틴 정권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을 위태롭게 한 러시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NYT는 강조했다.

◇ 백악관 "전면 휴전·영구 평화 협상, 중동서 시작"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 휴전에 합의하고,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적 휴전 및 영구 평화에 관한 기술적인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 오는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75명씩 포로를 교환하고, 다친 우크라이나 병사 23명을 송환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다.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2014년 크림반도에 대한 불법 병합으로 시작해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 문제에 관한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 우크라 점령지 분할, 북한군 참전 등 논의 여부 비공개

두 정상은 전략무기 비확산 관련 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은 전략무기 확산 중단을 최대한 넓게 적용키 위해 다른 당사자들과 관여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군축 및 비확산 관련 협상에 중국을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개선 흐름을 타고 있는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고, 중동의 충돌 방지와 잠재적 협력에 관해 논의,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공유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미국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미국과 러시아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는 양측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통화가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했고, 크렘린궁은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12일에 이어 1개월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