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고정자산비율 첫 10%대 하회
신한 11.99%로 전년비 1.06%p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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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리인하기 진입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오면서, 유휴 부동산 처분을 통해 효율적인 자산 운용에 나서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한은행은 일 년 새 2000억원이 넘는 고정자산을 처분하면서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을 기록 중이며, KB국민과 우리은행 역시 고정자산비율이 하락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평균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9.64%로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밑돌았다. 이 비율은 건물이나 토지 등 단기간에 현금화하기 어려운 고정자산을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고정자산 비율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은행이 운용할 수 있는 유동 자산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건물 등 부동산의 유동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작년 말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11.99%로, 2023년보다 1.06%포인트 하락했다. 업무용 고정자산의 규모가 2531억원가량 줄어든 데다, 자기자본이 1조원 넘게 늘어난 영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소 임차 과정에서 영업권 및 보증금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분모인 자기자본이 함께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비율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0.59%포인트 하락하며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8.01%의 고정자산비율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보다 고정자산 감소폭은 작았지만, 자기자본이 2조원가량 증가하며 비율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은행이 0.25%포인트 하락한 9.95%, KB국민은행이 0.23%포인트 낮아진 8.6%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유휴 부동산 등을 처분하며, 고정자산을 줄이는 건 현금화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유사시에도 제 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시적으로 낮아졌던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 비율을 다시 100%로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통해 비율도 충족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각 은행들의 고유동성자산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4대 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34조636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18조원이 늘어났다. 전년 증가폭(11조원)보다 56% 확대된 수준이다. 4대 은행의 평균 LCR도 같은 기간 104.2%로 2.6%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수익성 제고도 은행들이 고정자산 처분에 나서는 배경이다.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임차인이 나간 유휴 부동산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비수익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하반기 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보유 자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작년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기준금리 하락이란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ROA(총자산이익률)는 0.60%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효율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하방 압력을 방어해 낸 셈이다.
올해도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의 하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 도입으로 자본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데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발 관세전쟁 본격화 등으로 각 은행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의 대규모 점포 통·폐합 등이 올해에도 계속되면서 유휴 부동산 등의 처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