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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 달 새 네 차례 오류’…키움증권, 신뢰 하락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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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승인 : 2025. 04. 06. 18:00

유수정_증명
1분 1초를 다투는 주식시장에서 타이밍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 단위로 쉴 새 없이 변하는 호가 속에서 최적의 매수와 매도 시점을 찾아 거래를 체결하는 것은 수익률에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거래 증권사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신속·정확·안정성이 입증된 트레이딩 시스템을 지목합니다.

키움증권은 2005년부터 20년간 국내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증권사입니다. 투자자들의 선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 어느 곳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곳이지요.

그러나 키움증권에서는 최근 한 달 새 무려 네 차례나 전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출범 첫날이었던 지난달 4일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정규거래 장 초반부터 1시간가량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 등에서 주문 처리가 지연됐습니다. 오픈 API 접속 또한 원활하지 않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일본 주식의 거래 주문과 해외주식 예약주문 정정·취소 등도 불안정했습니다.

키움증권 측은 빠른 조치를 통해 시스템을 정상화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거래 체결 지연 현상은 다음 날에도 발생했습니다. 장 초반 한 차례 지연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진행되던 11시경 추가로 거래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3일과 4일은 국내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컸던 날이었습니다. '미국발 관세 쇼크'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이슈가 이어졌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각각 2.7%, 1.5% 빠진 채로 시작하는 등 장 초반부터 출렁였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시점에 전산 장애가 발생한 탓에 투자자들은 원하는 시점에 매수와 매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지요. 지난 3일 오전 9시 5분 호가창 주문에 랙(Lag)이 발생했다는 한 투자자의 문의를 시작으로 4일 정규거래 마감 시점까지 키움증권 홈페이지 게시판에 문의가 2700여 건에 달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합니다.

문제는 장애 발생 이유마저 빠르게 찾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일 사태의 원인은 다음날에서야 '주문 폭주로 인한 접속 서버 내 병목현상(Bottleneck effect) 발생 탓'으로 규명했고, 4일 사태의 원인은 장 마감까지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에 5일과 6일 양일간 전체 서비스를 중단하고 대규모 시스템 점검을 진행하고 나섰지요.

키움증권은 내부 보상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스템 장애 시 유선상으로 비상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유선 채널을 활용해 주문을 시도하지 않거나 주문 폭주로 인한 체결 지연은 주문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키움증권은 판단합니다. 이에 피해를 입증해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키움증권이 대규모 보상을 진행한 것은 시스템 미비에 따라 국제유가 마이너스 사태를 인식하지 못했던 2020년 4월 사례 이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 피해 접수 전부를 보상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사 전산 장애 발생 및 배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5년(2020~2024년)간 총 26건의 전산 장애에서 4503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했음에도 절반도 채 안 되는 2140건에 대해서만 배상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금융감독원 보고 대상인 전자금융사고에도 해당하는 만큼, 시장의 신뢰도 하락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키움증권이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책임 회피보다는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서두른다면, 고객의 신뢰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키움증권이 이번 기회에 한국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증권사 중 한 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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