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협의체 구성해 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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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10년 동안 한화생명에서 근무하며 향후 그룹 내 금융 사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한화의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보험 계열사의 경우 '한화생명→한화손보→캐롯손보'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 사장은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며 캐롯손보를 출범시켰고,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면서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인수 등을 추진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야심작으로 꼽혔던 캐롯손보가 출범 이후 6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경영부진이 지속됐다. 다른 디지털 보험사들도 여전히 경영부진을 겪는 만큼 디지털 보험사의 태생적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자회사 캐롯손보의 자본건전성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흡수합병을 검토 중이다. 한화손보와 캐롯손보는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자회사인 캐롯손보의 자본건정성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재무건정성 해결을 위해 양사간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모색중에 있고 합병도 그 중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캐롯손보의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한화손보(59.6%), 티맵모빌리티(10.7%), 알토스벤처스(9.5%), 카발리홀딩스(8.4%), 스틱인베스트먼트(8.2%), 현대자동차(2.5%) 등이다. 흡수합병이 추진될 경우 한화손보가 다른 곳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화손보가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하려는 건 자본건전성 우려 때문이다. 캐롯손보는 2019년 출범한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9년 91억원이었던 순손실은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에는 760억원, 지난해에는 6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폭을 축소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급여력비율(킥스)까지 하락하면서 자본건전성 우려를 키웠다. 캐롯손보의 킥스는 지난해 말 기준 156.24%로 전 분기(189.44%)보다도 33.2%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출범 이후 세 차례의 증자가 진행됐지만 자본확충 부담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적자 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화손보가 흡수합병을 검토하는 건 디지털 보험사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보험사는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해야 한다. 대면 영업이 주를 이뤄왔던 국내 보험시장에서 비대면 채널이 자리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주로 단기·소액 보험상품을 판매한다는 포트폴리오 특성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 캐롯손보 뿐 아니라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디지털 보험사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단기·소액 보험상품을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하는 방향성은 예상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