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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행가는데 환전해주세요”…낯설지만 신기한 ‘AI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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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 손승현 인턴 기자

승인 : 2025. 04. 24. 18:07

음성인식·계좌개설·환전 등 '척척'
문 연지 반 년 됐지만 어색함 '여전'
"첫 시행 큰 의미…고도화작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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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디지털 점포 '신한 서소문 AI 브랜치'에는 AI 번호표 발행기와 스마트 키오스크 3대, 외화 ATM기 2대, AI 창구 2대가 설치돼 있다. /손승현 인턴기자
'생소하지만 빠르고 편리.' 지난해 11월 문을 연 신한은행의 디지털 점포 '신한 서소문 AI 브랜치'에 가보니 든 생각이다. 신한은행 AI브랜치는 금융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은행원으로 운영되는 미래형 영업점이다. AI 번호표 발행기와 함께 스마트 키오스크 3대, 외화 ATM기 2대, AI 창구 2개가 설치돼 있다.

AI 창구에서는 대출 상담과 자산관리 등 직원 상담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한 계좌 개설부터 체크카드 재발급, 증명서 발급, 환전 등이 가능하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반까지이며 오후 4시 이후로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AI 창구는 오후 8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AI 은행원과 마주했다. 화면 속 선택지에서 '개인업무'를 누르자 필요한 업무를 말해 달라는 AI 은행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외여행을 가는데 돈을 바꾸고 싶어요." 기자의 말에 AI 은행원은 환전 업무로 자동 인식했는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전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청했는지, 은행이 지원하는 외화인지 등을 차례대로 물은 뒤, 번호표를 발급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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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입구 AI 번호표 발행기에서는 화면 속 개인 업무나 사업자 업무 등에서 선택한 뒤 본인이 하려는 업무를 말로 설명하면 AI 은행원이 자동 인식해 번호표를 발행해 준다. /손승현 인턴기자
AI 창구로 이동했다. 평소 은행 업무 시, 양옆으로 사람들이 있어 혹여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진 않을지 걱정됐는데 부스 안에서 AI 은행원과 단둘이 있으니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AI 창구에는 신분증을 읽어내는 스캐너가 탑재돼 있어 큰 불편 없이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여기에 본인 확인 인증 절차로는 영상 통화나 계좌 번호 인증이 있어, 보안을 이중으로 강화했다. 손바닥 정맥 등 생체보안인증도 가능했다.

신원이 확인되자, "외화 환전 안내해 드릴까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AI 은행원이 업무 중인 상황에서도 환율 우대가 얼마나 되는지, 스위스에서 유로를 쓸 수 있는지 등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었다. 이후 계좌인증 및 약관 동의와 환전 통화 종류·액수를 입력했고, AI 은행원은 자연스레 옆 외화 ATM으로 안내했다.

AI 브랜치점에서 환전하면 휴일을 포함해 오후 8시까지 즉시 수령이 가능하다. 편리하게 환전을 신청하고 은행영업 시간 외에도 외화를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 대면 영업시간 종료 후 AI 브랜치를 찾은 한 4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환전한 외화를 받기 위해 지점에 방문해야 했는데, AI 브랜치에서는 퇴근 후에도 바로 받을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계좌 비밀번호 변경을 하려 다시 AI 번호표 발행기를 찾았다. 지나가면서 보니, 점포 좌석에 태블릿 PC가 배치돼 있어 앉은 상태에서 편하게 번호표 발급이 가능했다. 창구에 들어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AI의 말에 이번에는 화면을 터치해 업무를 선택했다. 가시성 높은 화면에 신청 업무가 상세하게 나눠져 있어 선택이 용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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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구에서는 기존 은행 대면 창구 업무 중 계좌 개설, 체크카드 재발급, 증명서 발급, 환전 등이 지원된다. / 손승현 인턴기자
AI 은행원은 은행원 한 명분을 톡톡히 했다. 신한 AI 브랜치의 가장 큰 장점은 늦은 시간까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빠른 업무처리에 따른 고객 회전율이 높다는 점이다. AI 창구가 잘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쉬움도 존재했다. 낯설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고객들이 이용에 생소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 직원 대면 창구가 닫힌 후, 실시간 화상통화 금융상담 서비스인 디지털데스크와 좀 더 익숙한 스마트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창구의 장점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고객들의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위해 AI 고도화 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문성기 AI브랜치 부지점장은 "ATM기가 처음 도입될 당시까지만 해도 기기가 어려워 대면 창구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시간이 지나면 차차 AI 은행원에 대한 낯섦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직원 업무량을 고려할 때 AI 은행원이 직원 한 명의 몫은 하는 중"이라면서 "시중은행 최초 시행 및 테스트베드임에 의의를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을 거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강훈 기자
손승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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