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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의 한 카페에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반이재명 빅텐트에 대한 공감대가 컸지만, 막상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내홍에 여당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이제는 자포자기하고 있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이제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킬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헌납할 게 분명해지고 있다.
◇ 단일화 약속 조속히 지켜져야
김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빚어질 대한민국의 몰락을 강조하면서 종북·반국가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힘을 합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후 김 후보는 당 지도부와 갈등만 일으킨 채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로서는 당 지도부가 한덕수 후보를 미는 것으로 보고 분노했겠지만, 당 지도부와 다수의 여당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어기고 지연 전략으로 한 후보를 탈락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성과 없이 끝난 7·8일 저녁 회동
7일 저녁 김문수·한덕수 후보 첫 공식회동은 단일화에 관한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8일 아침 김 후보는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토론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루빨리 단일화해서 반이재명 빅텐트를 꾸리고 대선운동에 집중해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왜 당장 내일은 할 수 없는 것인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결국 토론회를 늦추자는 것도 한 후보가 11일 데드라인으로 잡았기 때문에 자연사퇴를 노린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8일 오후 4시 30분 김·한 회동이 재개됐지만 주목할 내용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끌면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후보를 배제시키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대선을 완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과 당원으로부터 열성적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그리고 반이재명 세력의 협력이 배제된 채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김문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불행이 된다.
◇ 공동정부로 상생할 수는 없나
후보단일화 문제는 김문수·한덕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승리하고 다른 사람은 패배하는 게 아니라 모두 승리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반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해야 겨우 이재명 후보에게 해볼 만한 것으로 나온다. 반이재명 세력 모두의 열성적 협력을 얻으려면 역할 분담을 통한 공동정부 방안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 국힘지도부, 후보교체 과정 중단해야
국민의힘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첫째,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제적인 후보교체를 위한 전당대회를 비롯한 모든 과정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런 과정을 중단해야 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한덕수 추대'를 하려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있다. 당이 법적 문제에 휘말리면 대선은 해보나마나가 될 것이다. 김 후보도 '대선 후보자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하루빨리 취하하기 바란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당 지도부도 당의 후보를 뽑아놓고 마치 들러리처럼 취급해서 반발을 불러온 게 아닌지 또 감정을 자극하는 말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감정이 앞서면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고 그래서는 대선에 이길 수 없다.
◇ 김 후보, 시간 끌기 아닌 다른 제안 내놓길
둘째, 김문수 후보는 다음 주 토론과 여론조사 주장을 접고 한덕수 후보가 사퇴하기 이전에 토론과 여론조사를 끝내도록 결단하기 바란다. 그래야 지연 전략이라는 꼼수로 한 후보를 주저앉혔다는 비판을 받지 않고 김 후보가 '꼿꼿 문수'답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단일화 약속을 지킨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 "국방·외교 한덕수 + 그외 모든 전권 김문수" 공동정부, 어떤가
셋째, 본지가 7일자 사설 "김문수·한덕수, 역할분담 통한 공동정부로 대선 승리해야"에서 제시했듯이 예를 들어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국방과 외교를 맡고, 김문수 후보가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는 공동정부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는 당연히 당권도 들어간다. 만약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합의가 된다면,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 만약 이런 합의에까지 이르지 못한다면 경선을 치르면 된다.
◇ 대선 패배로 대한민국 위태롭게 만들면 '역적'돼
김 후보가 애국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단일화를 질질 끌다가는 대선에서 필패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볼 때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김·한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후보가 밝혔듯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제외한 모든 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가능성이 열린다. 만약 김 후보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개인적 사욕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든 역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김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했던 약속을 어기고 단일화를 질질 끌도록 조언을 한 참모들도 정신 차리기 바란다. 오히려 이를 뜯어말리고 '애국'의 길을 가도록 충언을 해야 할 게 아닌가.
◇ 김문수 후보의 애국적 결단을 촉구한다
김문수 후보를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국민들이 많다. 청렴하고 정직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에 김 후보가 나라를 위해서라면 본인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흥하느냐 망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김 후보가 정말 애국자라면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작은 이유를 내세워 단일화를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면,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희생적 결단도 해야 한다. 김 후보가 나라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11일 이전 단일화'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