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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주요 미술관들이 한국 고미술에 주목한 대형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선 회화의 거장' 겸재 정선의 작품들이 전시장에 대거 걸렸다.
이 가운데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전시는 진경산수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의 대표작들을 모아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자리다.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 165점이 한 자리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지난달 개막 후 열흘 만에 관람객 수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시작에는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등 국보 2점과 보물 7건(57점)이 포함됐다. 진경산수화,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초충도(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 등 정선의 예술세계가 총망라됐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시가 성사됐다"며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담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겸재 정선의 작품은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겸재정선미술관은 개관 16주년 특별기획으로 6월 25일까지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금강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이 소장한 유물과 이응노, 변관식 등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소장한 '겸재정선화첩'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전(傳) 김홍도의 '해동명산도' 등 희귀 소장품이 구립미술관에서는 처음으로 전시된다. 진경산수의 걸작으로 꼽히는 겸재정선화첩은 독일 수도원에 소장돼 있다가 2005년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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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133점의 선면서화 중 54건(55점)을 선보인다. 이 중 23건은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추사 김정희, 우봉 조희룡,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부채 그림부터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등 20세기 초 근대 화가들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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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민화에서 특유의 자유로운 화법과 상징, 강렬한 색채와 조형 언어 등을 새롭게 주목했다. 작품 접근을 제한하는 다른 전시들과는 달리,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최대한 좁혀 작품의 세부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했다. 6월 29일까지.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는 대표 유물 100여 점을 모은 '호림명보'(湖林名寶)이 진행 중이다. 호림 윤장섭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도자와 회화, 전적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보 8건, 보물 54건 등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유물이 가득하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1916∼1984)가 '비싸더라도 꼭 입수하라'고 조언했다는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 조선 전기인 1443년에 일본으로 넘어간 뒤 500년이 지나 고국 품으로 돌아온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등 귀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7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