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군 복무는 가족의 헌신"이라는 국가적 인식
△ 한국 "군 복무는 개인의 책임" 인식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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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인은 관사 주변 병사들을 불러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았고, 박 장군은 부인의 사적 민원 해결을 병력을 동원해 처리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이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 조직이 지휘관 '가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군대는 군 간부의 배우자나 가족을 조직 외부의 '비공식인'으로 취급한다.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권한도 없지만, 관사라는 공간과 '지휘관 가족'이라는 지위로 인해 병영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특히 병사나 하급 간부들이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 속에 침묵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작은 부조리도 '공공연한 권력'으로 증폭된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미군은 지휘관 가족이 단순히 '민간인'이 아니라 '국가 안보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전제로 정책을 설계한다.
지휘관 배우자에 대해서도 병영 내 행동 규범이 있으며, 부대 차원에서 가족 대상의 교육과 제도적 소통 창구를 제공한다.
미국 국방부는 군 가족을 위한 별도 국장(Office of Military Family Readiness Policy)을 두고, 배우자의 직업훈련(MyCAA), 자녀 교육(DoDEA), 의료(TRICARE) 까지 국가가 전방위적으로 책임진다.
그들은 '책임질 권한'을 주는 대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구분 | 미국 | 한국 |
제도 철학 | 군 복무는 가족의 헌신"이라는 국가적 인식 | "군 복무는 개인의 책임" 인식이 강함 |
주거 지원 | 기지 내 관사 또는 BAH(현금 수당) 지급 | 군인관사 제공, 외부 임대 시 일부 수당 지급(중령 이상 위주) |
의료혜택 | TRICARE로 배우자·자녀 전액 또는 대부분 무상 | 군병원 이용 가능하나 제한적, 민간병원 이용 시 실비부담 큼 |
교육지원 | DoDEA 운영, 배우자 학비지원(MyCAA) 등 다양 | 자녀 입시 우대 일부 존재, 배우자 직업훈련 지원제도는 미미 |
취업지원 | 배우자 원격근무, 이직 컨설팅 등 적극 지원 | 민간 취업 연계 미흡, 육아 중심 복지 편중 |
복지 사기 진작 | PX, 피트니스 센터, 캠프 등 가족 친화 인프라 발달 | PX 접근 제한적, 가족 친화적 시설은 미비 |
법률 세금 혜택 | 세금감면, 법률상담 무상 제공 | 군 가족에 대한 별도 세금 혜택 없음 |
우리 군에는 이런 체계가 없다. 가족은 조직 밖에 있으면서, 병영 안으로 스며든다. 이 모순은 결국 박정택 사건처럼 폭발한다.
지금처럼 방치하면, 또 다른 '장군 부인'이 병사들에게 다짜고짜 "길 좀 쓸어라", "짐 좀 날라라"고 할지 모른다.
예편을 앞둔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기자의 지인은 이제는 '군 가족=사적 존재'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힘을 주어 언급했다.
지휘관 가족은 병영문화에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만큼, 공적인 규율 아래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군 지휘관 가족을 대상으로 병영예절·인권·보안 관련 기본교육을 의무화하고,
둘째, 병영 내 사적 지시 및 부당 민원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셋째, 가족 민원이나 병사 고충이 익명으로 접수되는 독립적인 감찰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 특히 대한민국 국군은 더 이상 '지휘관 가족은 아무 관련 없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특히,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군 가족을 국가 안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군인의 개인 책임으로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박정택 육군수도군단장과 그의 부인의 갑질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미국의 군 가족 지원 방식을 참고하여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병사 한 사람, 간부 한 명의 권리가 무너질 때, 군 전체의 사기와 신뢰도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이 바로 군 조직이 '지휘권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이를 제도화할 기회다.
지난 해 2월 ROTC 62기로 임관한 이준희 소위는 한 가족 장교 10명, 3代를 이은 국가 수호라는 자부심으로 전 가족 구성원의 든든하고 한결같은 지원으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
우리 군 가족의 헌신과 전통을 보여주는 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