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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새 정부의 무거운 부담, ‘잠재성장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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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13. 17:36

이경욱 대기자-뉴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차기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우리 정치는 숨 가쁜 여정을 걸었다. 흔치 않은 경험에 국민 모두가 한동안 혼돈에 빠졌다. 국민의힘이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 이후 혼돈 상태에 있던 대한민국호(號)는 가까스로 회복돼 6월 3일이면 제21대 대통령을 맞는다.

불과 5개월의 혼돈의 시간 우리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직을 시작하면서 관세를 통해 미국 경제 부활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관세발 세계 경제 불안에 각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5월 1일부터 10일 사이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감소가 추세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에는 커다란 암초가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미 행정부가 관세 전쟁이 자국 경기 침체와 서민 생활고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내세워 언제든지 세계 각국 경제에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잠재성장률 추락 전망이 나와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8%, 내년 1.6%를 나타낸 뒤 2031~2040년 연평균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 투입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며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고령화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게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인플레이션 유발 등 부작용 없이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아닌가. 다시 말해 한 나라 경제의 실력을 일컫는 지표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평균 8%를 웃돌아 세계 각국의 칭송을 들을 정도였다. 그 이후 5%대를 유지해 오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2020년 2.4%, 2022년 2.3%, 그리고 2023년 이후 2.0%대를 지켜가고 있다.

KDI의 분석은 그 어느 것 하나 가벼이 여길 게 없다. 현재의 생산성 증가율(연 0.6%)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를 나타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게을리해 생산성 증가율이 연 0.3%로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0.4%, 2040년대 -0.3%로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이기는 하나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전망치는 우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잠재성장률 1%대 진입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상한 것보다 5년 빠르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정부와 국민이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 탄력성을 아예 잃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15년 뒤부터 만성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우 진작부터 기술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을 시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지 않은가.

잠재성장률 추락은 실업률 상승 등 사회문제를 낳는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일자리 창출이 물 건너가게 된다. 노동시장 신규 진입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경제가 선순환 되지 못하면 사회 불안이 확산하기 마련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청년층의 감소는 생산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허사가 되고 있다. 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면 자본을 투입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새 정부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최대의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하는, 매우 무거운 부담감을 갖고 시작될 것이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일 것이다. 생산성 진작을 위한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대중적 인기를 잃을 수 있다 해도 경제 체질 개선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고령층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 등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선심성 퍼주기 공약은 지금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각고의 노력 없이는 미래 세대에 선진국의 참모습을 물려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훗날 국민들이 '잃어버린 시간'이라면서 한탄하지 않게 하려면, 차기 정부는 인기를 얻으려 하지 말고 피나는 구조개혁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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