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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퍼스트레이디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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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 기자

승인 : 2025. 08. 21. 06:00

칼럼사진_이지애
이지애 국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평화서신의 원문이 폭스뉴스를 통해 16일 공개됐다. '친애하는 푸틴 대통령께'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정치·외교적 계산 대신 인류 보편의 가치가 담겨있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편지 서문에 "모든 어린이는 소박한 시골에서 태어났든 웅장한 도시에서 태어났든 마음속에 동일한 조용한 꿈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사랑과 가능성 그리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꿈꾼다. 부모로서 다음 세대의 희망을 키우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전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는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은 혼자서 이 아이들의 웃음을 되살릴 수 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호하는 일은 러시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봉사"라고 호소했다.

편지 곳곳에는 아이들, 순수함, 사랑, 존엄, 미래라는 단어가 반복되며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어머니로서의 진심이 묻어났다. 이 평화서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작성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 편지를 미국·러시아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낭독했다. 편지 어디에도 돈바스 지역 양도와 같은 휴전 협정 조건 등의 사안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서신은 그 어떤 협상 문서보다 강한 울림을 안겼다.'아이들의 순수함'이라는 개념은 이념과 국경,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그것은 국내외 정치가 '이해관계' 따지기를 멈추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 지점을 정확히 꿰뚫었다. 국제무대에서 지도자들이 국익을 걸고 치열하게 맞붙는 순간,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의 웃음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가치를 꺼내 들었다. 이 편지는 정치를 넘어선 인류애를 이야기했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폭스뉴스의 보도 태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단독(EXCLUSIVE)'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서신의 의미를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의 외모와 같은 화제성 가십이 아니라 그가 전한 메시지와 진정성에 집중한 보도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도하고 있는가. 의상, 보석 혹은 다리를 꼬고 앉았는지 등 외적인 요소에 치우치지 않았는가. 이런 보도 행태를 바로잡는 데 언론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형에 집중하는 대중의 시선과 무분별한 정치적 프레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행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보도가 '외적인 요소'에만 집중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실추시키는 분명한 퇴보다.

대통령 배우자는 세계의 시선을 받기도 하며 때로는 대통령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존재다. 멜라니아 여사의 서신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 배우자의 외적인 요소보다 그가 가진 국가관과 세계관, 그가 내는 메시지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우리의 의식이 성숙해졌을 때 존경받는 영부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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