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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 두고 ‘건강권 vs 직업 자유’…노동·정치권 논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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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1. 03. 18:56

민주노총 "자정~5시 배송만 제한"…쿠팡노조 "선택의 노동 막지 말라"
유통·소비자 "생활 인프라 된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현실성 없어"
정부 "11시간 연속휴식 검토"
쿠팡, 와우멤버십 월 회비 4천990원에서 7천890...<YONHAP NO-3620>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 연합
새벽배송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쿠팡 등 e커머스업체의 0시~5시 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한쪽에서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다른 한쪽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우며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2일 노동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새벽배송 논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전체회의에서 택배노조가 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론화됐다.

논란의 축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다. 민주노총은 야간노동이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2급 발암요인이라며 "과로사와 수면장애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9년 10.1%였던 택배기사의 야간재해 비율은 2023년 19.6%로 급증했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금지가 아니라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위험시간대의 배송만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오전 5시 이후 배송은 기존처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노조와 비노조 기사들은 "새벽배송은 강요된 노동이 아닌 '선택의 노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새벽배송 기사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주간에 일하고 밤에 추가로 일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한산한 도로 환경과 높은 수수료 때문에 오히려 새벽 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전체 택배기사 중 10%도 안 되는 노조의 주장이 전체 노동자의 목소리로 둔갑하고 있다"며 "노동자 권익 보호가 곧 일할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통·물류업계 역시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며 전면 금지는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야배송을 없애면 물류량이 주간에 몰려 교통 혼잡과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노동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여론은 대체로 새벽배송 금지에 부정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 게시판에는 "맞벌이 가정에는 새벽배송이 사실상 필수 서비스" 등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폴리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28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9.2%가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금지 필요성을 언급한 응답자는 7.5%에 그쳤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새벽배송과 관련해 "전면 금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5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를 열어 과로사 방지 기준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생활의 편의를 '죽음의 배송'으로 몰아가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며 금지론을 비판했고,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사람이 죽어가는 구조를 멈추지 않으면 진짜 자유도 없다"며 맞섰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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