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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코스피 불장’ 언제까지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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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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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고문
최근 글로벌 증시 활황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AI 투자 열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증시의 활황은 더 놀랍다. 코스피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0%대 상승했다. 미국의 약 20%대, 일본의 38%대, 유럽의 16%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코스피가 4000, 삼성전자가 10만원을 넘어선 후에도 상승 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코스피 불장'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11월 3일 기준 코스피는 장중 4200을 넘고 삼성전자는 11만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풍부한 유동성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글로벌 AI 투자열풍과 신냉전, 미중 패권전쟁 같은 요인들이 '코스피 불장'을 불러왔는데 이런 추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이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급증시키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받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로서는 유능한 AI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 구축이 필수적인데 이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원자력발전, 가스터빈 생산 등 안정적 전력생산에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두산에너빌리티에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AI 투자열풍과 함께 한국 증시를 폭발시킨 요인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상징되는 신냉전 시대의 도래다. 이런 신냉전의 도래가 한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특수를 불러오고 있다. 1970년대 미중 데탕트 분위기에 따라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가 방위산업을 시작했지만 유럽 등은 오히려 그럴 필요성이 없어져 방위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은 적자누적으로 외환위기 때는 통폐합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한화오션, KAI 등 생존한 방산업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협을 느낀 폴란드 등으로부터 대형 수주를 받고 있다. 이런 분석을 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코스피 불장'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의 상상력은 실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미래로 날아가는 경향이 있다. 과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종이 없는 사무실'이 곧 구현될 것처럼 상상하고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세상이 곧 올 것처럼 기대했다. 그래서 소위 닷컴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이뤄졌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나서야 비로소 온라인 회의나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AI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도 어쩌면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 가졌던 상상력이 발동하고 있을 수 있다.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은 그런 일반인의 기대와 꿈이 함께 섞여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사실 미국의 대공황 직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가 전개됐던 것을 기억하는 경제학자들은 당장의 활황뿐만 아니라 과연 이것이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투자자들로서도 한국 증시가 언제까지 활황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풍부한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연준과 ECB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인플레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고금리 정책을 통해 돈줄을 다시 죄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할 때가 아마도 전 세계적인 증시 활황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일 것이다.

다음으로 AI 투자 열풍과 관련해서 지금 엄청난 투자가 AI로 몰려가고 있는데, 수년 후 AI 기업들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이런 열풍의 지속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오픈AI가 성인용 콘텐츠 '에로티카'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수익 창출 측면의 고심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지금 특수를 맞고 있는 한국의 조선업과 방위산업과 관련해서 이 산업이 첨단 신산업이 아니라 '재래'산업임을 잊지 말라는 게 대중에게도 상당히 잘 알려진 한 경제학자의 충고다. 한마디로 이 재래산업에서는 베트남, 멕시코 등 후발국들도 얼마든지 우리나라를 따라올 여지가 있다는 것을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이 감안하라는 것이다.

유동성 공급 과잉이 불러올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고 순전히 '코스피 불장'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유동성이 회수되는 방향으로 돌 때까지, AI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 때까지, 전쟁에 대한 불안이 끝나거나 후발국들이 재래산업에서 한국 기업들보다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한국 증시는 상당히 유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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