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SPC그룹 ‘오너 3세’ 장·차남 동반승진… 세대교체 신호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05010001978

글자크기

닫기

정문경 기자 | 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11. 04. 17:41

계열사 고위직 인사 단행
부회장 허진수·사장 허희수 승진
파리크라상 등 경영진 동시 교체
글로벌 경쟁력·신사업 경영 강화
형제 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
SPC그룹의 3세 경영이 사실상 본격화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하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4일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파리크라상·SPC삼립·샤니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동시에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SPC그룹에서 이처럼 광폭의 사장단 인사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허영인 회장에서 허진수·허희수 형제로의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 경영진에서 3세 형제를 중심으로 새 경영진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인사가 파리크라상이 지난 10월 '지주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지배구조를 정비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장남인 허진수 부회장은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20년간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글로벌 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파리바게뜨의 글로벌BU장으로서 미국, 프랑스, 중국, 동남아 등 11개국 590여 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미국 시장 공략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스가 선정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순위에서 25위에 올랐다. 허진수 부회장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의장직이다. 올해 7월 출범한 이 조직은 그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대표 협의체다. SPC그룹이 최근 몇 년간 산업 안전 사고와 노동 문제로 사회적 신뢰에 타격을 입은 만큼, 그의 역할이 그룹 재건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비알코리아의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혁신을 주도해 온 허 사장은 특히 신사업 발굴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 2016년 국내에 도입한 쉐이크쉑은 허 사장의 대표작이다. 2011년부터 5년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협상한 끝에 30여 개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쉐이크쉑은 오픈 직후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며 큰 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어 에그슬럿, 피그인더가든, 피자업 등 파인캐주얼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 및 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켰다.

현재로선 SPC그룹의 승계 구도에서 가장 큰 변수는 파리크라상 지분이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파리크라상을 장악해야 그룹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크라상 지분은 허영인 회장 63.31%, 허진수 부회장 20.33%, 허희수 사장 12.8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이 두 아들의 합산 지분(33.15%)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파리크라상을 비롯해 SPC그룹의 지분 구조는 10년 가까이 멈춰 있다가, 지난 2020년 한 차례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 당시 허영인 회장은 장남 허진수에게 SPC삼립 주식 40만주(당시 가치 265억원)를 증여했다. 이를 통해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은 4.64%로 낮아졌고, 허진수 부회장의 지분율은 16.31%로 2대주주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형제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SPC의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장남 허영선에게 삼립식품을, 차남 허영인에게 샤니를 물려주며 형제간 계열을 분리한 전례가 있다. SPC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 기업인 만큼 허진수 부회장은 제빵 사업(파리크라상·SPC삼립)을, 허희수 사장은 외식·IT 사업(비알코리아·섹터나인)을 각각 물려받아 독립 경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SPC그룹이 진행해 오던 해외 사업, 신규 투자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오너 3세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허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는 한편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문경 기자
이창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