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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국양제 30여 년만에 백척간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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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2. 16. 07:54

민주당 해산, 반중 언론인 유죄
홍콩 민주화 운동 종말 평가 대두
영국과 국제 인권단체 등 석방 촉구
홍콩에 적용되던 이른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정책)가 3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의 공식 해산 결정과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5년여 동안 수감 중인 반중(反中) 언론인 지미 라이(78·리즈잉黎智英)에 대한 유죄 판결이 지난 이틀 새 나오면서 백척간두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더불어 홍콩의 민주화 운동도 완전히 종말을 맞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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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핀궈오르바오 창업자 지미 라이. 내년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 영국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인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핀궈르바오.
홍콩 정보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6일 전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해산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은 지난 1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중 117명은 해산에 찬성표, 4명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표는 하나도 없었다.

이로써 홍콩 최대이자 거의 유일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창당 30여 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지도부가 당 해산 방침을 정한 이후 해체 수순에 들어간 바 있다. 4월에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하고 이날 총회 투표에 부쳤다.

민주당은 이날 총회에서 구체적인 해산 사유에 대해서는마지막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에 앞서 가진 외신 인터뷰 등에서 "중국 당국자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언급, 당 해산이 자발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밝히기도 했다.

외견적으로는 자발적으로 역사가 되는 선택을 한 민주당은 지난 30여 년 동안 보통선거권을 주장하면서 당헌에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적시하는 등 온건 자유주의 성향을 유지했다. 야당의 길을 걸으면서도 가능한 한 반중적인 색채를 지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었다. 창당 초기인 1998년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는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등 홍콩 민주 세력을 대표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해산의 비운은 끝내 피하지 못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민주당 해산 결정 다음날인 15일에는 예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핀궈르바오(애플데일리)' 창업자 지미 라이에 대한 유죄 판결도 내려졌다. 양형은 추후 검토된 다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상으로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후 일정 기간 복역을 마침과 동시에 본인의 시민권이 있는 영국으로 추방될 라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던 2019년 이후 각종 기사들 및 외국 정치가 등과의 면담을 통해 외국 정부의 홍콩, 중국 정부에 대한 제재를 촉구한 바 있다. 당연히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중대한 범죄인 외세결탁 혐의를 뒤집어쓴 채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됐다.

라이는 의류업체 지오다노의 설립자 겸 홍콩의 대표적 반중 언론인으로 유명했다. 고령과 당국의 '핀궈르바오' 폐간 조치에도 끝까지 중국과 홍콩 당국에 저항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건물 임대 계약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별건체포돼 2020년부터 구금돼 있었던 만큼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일 미국을 방문한 그의 아들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올해 여름 에어컨도 없는 독방에서 폭염에 시달렸다.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손톱은 빠지고 치아는 썩어가고 있다"면서 울분을 토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연이어 규탄의 목소리를 낸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라이의 재판과 그에 대한 서방 세계의 우려와 비난을 일축했다. 예컨대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열린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홍콩은 법치 사회이다. 중앙 정부는 특별행정구가 법에 따라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일부 국가가 홍콩 사법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먹칠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 특별행정구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법적 권위를 유지하면서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것은 합리적·합법적이고 말참견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후 "어떤 형태로든 홍콩 사법이나 중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서방 세계에 대중 비난을 멈추도록 촉구했다. 홍콩의 일국양제는 이제 이름만이 남게 됐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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