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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경제는 좋다”…유권자 체감온도는 여전히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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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17. 11:16

거시 지표 견조 불구 생활비 부담 불만 커
밴스 부통령 등 유권자 불안 잠재우려 총력
USA-VANCE/PENNSYLVANIA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버티스에 있는 울라인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 인하를 앞세워 재집권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온기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거시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은 크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되는 물가 부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높은 소비자 물가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물가 상승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관세 정책의 영향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2%포인트 이상 차로 패배했던 펜실베이니아주 앨버티스를 찾아, 백악관이 생활비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한 물류 창고에서 열린 집회 형식의 행사에서 "생활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조급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생활비 문제를 '과장된 주장'으로 치부하며 유권자들의 불안을 일축해 왔다. 공화당 지도부 역시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WP는 이런 상황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에 겪었던 정치적 난관과 닮아 있다고 짚었다. 당시에도 경제 지표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유권자들은 체감 경기가 나쁘다고 느꼈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은 임기 초반 급등했다가 경기 침체 없이 점차 둔화됐지만, 유권자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부담이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가 기업의 탐욕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 이후에는 "곧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소득·법인세 감세, 수입품 관세 인상, 강도 높은 규제 완화를 통해 자신만이 경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정책 효과가 누적되면 유권자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 티파티 패트리엇츠의 공동 창립자인 제니 베스 마틴은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야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2026년으로 갈수록 효과가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출신 인사들은 유권자 설득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이든 정부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을 지낸 대니얼 혼웅은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의 임기 동안의 경제를 낙관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국민이 좌절을 느낄 때 공감을 전달하면서도 희망을 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를 초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이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경제를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표에서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연방 정부 자료에 따르면 11월 고용은 증가했지만 10월 감소분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했고, 실업률은 4.6%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밴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3000달러가 빠져나갔다면, 그 돈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물가는 낮추고, 급여는 더 많게'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 선 밴스 부통령은 또 "오늘 미국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생활비 위기는 조 바이든에게서 물려받은 악몽 같은 경제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임 정부로 돌렸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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