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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조 속에서 금융권에 대한 점검 역시 한층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최근 빈대인 회장 연임 과정에서 절차적 논란이 불거졌던 BNK금융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간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해 왔지만, 이번에는 서류 검증을 넘어 현장 검사가 시행된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받아들이는 무게감은 다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CEO 연임의 문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최근 진옥동 현 회장의 연임을 공식화했지만, 당국과 여론의 시선은 부담 요인이다. 우리금융 역시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임종룡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고, KB금융도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회장 이후의 지배구조 논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주인이 없는 금융회사에서 한 명의 수장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며 사실상 '자기 기업'처럼 경영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처럼 연임을 거듭한 사례가 반복되며, 장기 재임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영승계 프로그램과 내부통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강화되면서 10년에 가까운 임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실제로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용퇴를 택하며 세대교체에 힘을 실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이 최근 금융권 전반을 포괄하기에는 다소 과도하다는 인상도 남는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정부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관치금융의 부작용이다. 금융지주 CEO 인선 과정에 대한 당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 BNK금융은 최근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서 당초 계획을 수정해 추가 논의와 숙의 기간을 갖기로 했다. 절차적 흠결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선택이지만, 인사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와 시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선이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다만 금융사 역시 왜 이런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장이 취임한 뒤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하며 이사회를 우호적으로 재편하는 관행, 사실상 반대표가 나오지 않는 이사회 운영 등은 그간 신뢰를 깎아 먹어 온 요인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깜깜이 인사'나 '셀프 연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문제 제기를 일방적 개입으로만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결국 금융권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