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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폭행’ 日영사관 대응 논란… 규정지키다 신뢰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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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6. 02. 03. 17:44

피해자 체감·영사조력 충실 제공 간극
법적 한계 잇단 지적속 제도 개선 시급
'건들면 패가망신' 구호로 그쳐선 안돼
"재외국민 피해 도울 프로토콜 마련을"
일본 삿포로에서 지난해 12월 한국인 관광객이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재외공관의 대응을 놓고 피해자와 정부 측의 엇갈린 주장이 나오면서 '재외국민 보호 체계'의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측은 현지 공관이 사실상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외교부는 법과 지침에 따른 영사조력을 충실히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인식 차이는 단순 사건 대응을 넘어 영사조력의 범위와 국가 책임의 한계를 둘러싼 쟁점이 되고 있다.

외교부는 주삿포로총영사관이 피해자와 지난해 12월 3일과 16일 각각 두 차례 대면 면담을 하고, 한국어 가능 변호사 무료 상담, 통역 서비스 안내, 병원 및 진단서 발급 절차, 현지 경찰 신고 방법 등을 안내했다고 3일 밝혔다. 또 피해자의 정식 신고(지난해 12월 17일) 이전부터 홋카이도 경찰본부 및 삿포로중앙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6차례 연락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재조사시 통역 지원 사실상 거부 주장과 '사건 개입 불가라며 영사콜센터 안내로 대응을 대신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공식 수사 요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일본 당국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며, 공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이 피해자 측에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은 일본 수사당국이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는 요구까지 전달해 달라는 요청이 반복된 데 따른 설명이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을 비교하면 피해자가 체감한 대응 수준과 정부가 제공했다는 조치 사이에 온도 차가 적지 않다. 이는 '영사조력' 지원 범위 정보 제공과 안내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강력 범죄 피해를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 충분한 보호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정보 제공과 절차 안내, 현지 당국 접촉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다. 영사조력법 제12조(재외국민 범죄피해 시의 영사조력)는 '재외국민이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지한 경우 해당 재외국민에게 주재국 경찰기관에 신고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주재국 관계 기관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요청,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 제공,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변호사 및 통역인 명단 제공 등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 통역·번역의 직접 제공, 법률자문 수행, 비용 부담, 수사나 재판에 대한 개입은 조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교부가 이번 사안에서 영사조력을 충실히 제공했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법적 조력과 체감 보호 사이의 간극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집단폭행이라는 중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절차 안내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국가가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중대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통역 연계, 법률 지원 연결, 수사 진행 상황 공유 등 영사조력 체감도를 높일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 사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최근 SNS에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형식적인 위로에만 그치지 말고 영사조력이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희철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영사조력 현장에서는 법적인 매뉴얼과 행동으로 옮겨지는 대응 차원의 간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캄보디아나 이번 일본처럼 강력범죄가 또 벌어질 수 있으므로, 재외국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프로토콜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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