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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힘 시정연설 불참… 공당의 성숙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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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5. 00:00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했다"면서 "인공지능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협조'의 주요 주체인 100석 가까운 제1야당 석은 텅 비어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대신에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국힘 의원들 손에는 '명비어천가''야당파괴' '야당탄압' '불법 특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제1야당이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시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와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대신 로텐더홀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규탄대회를 열었는데 불과 3년 만에 여야가 위치를 바꿔 '판박이' 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국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게 터무니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 국힘은 전날 내란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내란 방조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특검은 무리한 법 적용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예산 심의는 법률 제·개정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에 속한다. 그래서 매년 9~10월 다음 해 예산 편성안 제출에 즈음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를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국회와 납세자인 국민은 경청하는 것이다. 특검의 행태를 이유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를 이렇게 '방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히 728조원이나 책정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이다. 첫 단추를 이렇게 꿰면 지역상품권 등 현금 살포성 예산 24조원 등 내년 예산 편성안의 허점들을 어떻게 바로잡을 지 걱정이다. 3년 전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을 때 당시 여당이던 국힘은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하는 것을 제1야당이 거부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강력히 비난했었다.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고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많은 국민이 혀를 찬 '나쁜 전통'도 전통이라고 답습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힘은 성숙한 공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치 실종'의 암담한 현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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