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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증세반대 시위대에 경찰 발포 최소 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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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06. 26. 11:54

온라인서 뭉친 젊은층이 시위 주도
의사당 난입에 의원들 지하통로 대피
KENYA-UNREST-DEMONSTRATION
케냐 수도 나이로비 시내에서 25일(현지시간) 세금 인상과 재정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한 사람이 시위대로 날아온 최루탄을 집어 경찰을 향해 다시 던지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현지시간) 의사당에 난입하자 경찰이 발포하면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케냐 전국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는 증세 반대와 윌리엄 루토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대가 난입한 의사당 건물은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루토 대통령은 TV를 통해 "평화적 시위대로 위장한 범죄자들이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며 이날의 '반역 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이로비 경찰은 최루 가스와 물대포를 쐈지만 시위대 해산엔 실패했다.
의회는 이날 논란이 된 재정 법안을 가결했다. 이는 이자 지급에만 연간 정부 수입의 37%가 소요되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자 재정 법안 표결을 마친 의원들은 지하 터널을 통해 긴급 대피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케냐 국방장관은 중요 기반시설 파괴와 침입으로 빚어진 안보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군을 배치해 경찰을 지원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케냐 의사협회는 최소 5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31명이 부상당했는데 이중 13명은 실탄과 고무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2년 전 빈곤층의 지지로 당선된 루토 대통령은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재정적자를 축소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박과 자신의 지지기반인 빈곤층의 반발 사이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케냐는 코로나 사태 여파, 2년째 이어진 가뭄과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나이로비의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고, 영국, 캐나다, 독일 등 나이로비 주재 서방국 대사들은 케냐 의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CNN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의 이복 여동생인 아우마 오바마도 증세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정부는 빵, 식용유, 자동차세, 금융거래세 등 몇몇 증세안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재무부는 이 양보안으로 내년 예산에서 15.6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비게 된다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다른 곳에서 증세를 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주 이틀간 벌어진 시위는 온라인에서 젊은층 주도로 시작돼 나이로비와 여러 도시에서 수 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케냐 시위는 그간 정치지도자의 주도로 진행됐지만 지금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층엔 공식적인 지도자가 없고 요구조건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증세법안 반대에 초점을 맞췄던 시위대는 이제 루토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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