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북한군 끌어들인 러시아, 서방엔 가짜뉴스…“우크라, 남미 용병 전쟁터 투입”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4010013536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10. 24. 11:05

20241024_014446
우크라이나 자원병으로 참전, 7개월간 전투를 치르고 귀국한 콜롬비아의 39살 청년 하비에르와 그가 전장에서 동료 콜롬비아 자원병들과 콜롬비아 국기를 들고 찍은 사진. /콜롬비아 종합주간지 세마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세가 악화되자 북한군을 끌어들인 러시아가 서방세계에는 '전쟁터에 오지 말라'는 온라인 공작을 전개하고 있다고 에페통신이 보도했다. 가짜뉴스를 퍼뜨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 참전하는 서방세계의 의용병을 최소화하려는 술책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러시아가 집중 공략하는 국가 중 하나는 남미의 콜롬비아다.

현지 언론매체 블루라디오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간 외국인 의용병으로 싸우다 귀국한 전직 직업군인 헤레미아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의용병으로 참전해 최전방에서 콜롬비아 서부 나리뇨주(州) 출신 의용병 7명을 만났지만 (헤어진 후) 생사를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의 기습적 도발로 발발한 6.25전쟁 때 남미에선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병력을 파견, 유엔군으로 참전한 콜롬비아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며 전장에 뛰어든 의용병이 많은 대표적 남미 국가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우크라이나를 위해 총을 든 콜롬비아 출신 의용병은 최소한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6월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콜롬비아 의용병 300여 명으로부터 안전한 귀국을 원한다는 요청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콜롬비아 의용병은 이미 50명을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선 우크라이나가 내건 파격적인 월급을 받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한 콜롬비아 의용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급여로 1700만 페소(약 3910달러, 540만원)를 받기로 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러 왔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건 산책이 아니라 전쟁이다. 사망할 실제적 위험이 있다"고 하소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콜롬비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용병으로 자원한 건 순전히 개인의 결정으로 정부가 참전을 독려하거나 (출국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8월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 의용병 2명이 러시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군 출신인 두 사람은 참전 후 베네수엘라를 경유해 콜롬비아로 귀국하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의해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한다.

당시 콜롬비아 언론은 "러시아의 전통적 동맹국인 베네수엘라가 두 사람을 러시아의 적으로 간주하고 신병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은 두 사람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지만 러시아는 반응하지 않았다.

외국인 의용군의 우크라이나 합류가 늘자 러시아는 온라인 방해공작을 전개 중이다. 에페통신 팩트체크는 최근 "10월 초부터 X(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 외국인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만류하는 의도를 가진 콘텐츠가 줄지어 오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사용자가 많은 주요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는 "러시아군이 외국인 용병에겐 특히 잔인하다" "우크라이나가 외국인들을 가장 위험한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참전은 곧 목숨을 건 함정에 빠지는 것" 등 하나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말라는 내용들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사망한 외국인 의용병의 수를 비교한 콘텐츠도 있다. 정 싸우고 싶다면 우크라이나보다 안전하고 보수(월급)도 훨씬 많이 주는 이스라엘을 위해 총을 잡으라는 암시다.

에페통신은 △이런 콘텐츠를 퍼뜨리는 계정이 과거 러시아의 도플갱어(러시아의 가짜뉴스 캠페인)에 사용된 계정과 동일하고 △지난 4일과 8일, 10일 등 날짜별로 볼 때 언어별 콘텐츠가 동시에 또는 분 단위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오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러시아의 조직적 캠페인이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는 에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러시아의 도플갱어와 (수법이) 일치한다"며 "동일한 가짜뉴스 캠페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상으로 제작된 콘텐츠는 가짜뉴스 일색이다. 에페통신은 "영상에 공신력 있는 유명 언론매체의 로고가 찍혀 있거나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QR코드까지 박혀 있어 진짜 보도로 착각하기 쉽지만 확인 결과 조작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에페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외국인의 시신이 장기가 적출된 상태로 유가족에게 전달되는 영상을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스페인어로 제작된 콘텐츠에는 콜롬비아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복수의 스페인 당국자는 "콘텐츠가 조율되고 조작됐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가 많다"며 "특히 스페인어로 제작된 콘텐츠는 콜롬비아의 정보생태계를 겨냥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페통신은 "과거와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의 가짜뉴스 캠페인이 픽션과 팩트를 교묘하게 섞어 사용하는 등 매우 정교하다"며 우크라이나를 고립시키기 위한 러시아의 온라인 공작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