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혜원기자의 문화路]국현이 주목한 ‘올해의 작가’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30010016589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10. 30. 11:16

아내가 가꾼 텃밭에서 비롯된 양정욱 작가의 움직이는 조각 '눈길'
권하윤·윤지영·제인 진 카이젠 신작들 소개...내년 2월 최종 수상자 발표
양정욱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 전시 전경 전혜원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2024'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양정욱 작가의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저마다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조각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자리 잡았다. 나무, 모터, 전구, 실, 철 등 각종 잡동사니(?)들로 구성됐지만, 움직이는 모습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에서 전시 중인 양정욱의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이다. 이 조각작품은 작가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백수' 상태에서 시작됐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서울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양정욱은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년 전에 통으로 쉬었어요.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서 모든 작업, 홈페이지 다 접고 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아내가 텃밭에서 토마토, 상추, 루콜라 등 각종 작물을 키웠는데 그걸 보면서 밭에 관한 작업이 시작됐죠. 예전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소원해진 내용에 관한 소설을 써둔 게 있었는데, 이 작품은 소설 속 내용에서 소재를 따와서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4인의 신작 및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올해는 양정욱을 비롯해 권하윤,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이 후보로 선정됐다.

양정욱 작가 아버지 전시 전경 전혜원 기자
양정욱의 '같은 방에서'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작 가운데 양정욱의 '같은 방에서'라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와 아버지,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 방에서 식사를 하는 내용이다. 소원해진 관계 탓에, 대화 소리는 없고 그릇이나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서로가 비슷한 모습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미학적인 측면에서 백미는 양정욱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해온 사람들이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임시적인 일을 하는 데서 비롯된 작품이다. 담긴 내용과는 별도로, 반짝이는 전구와 움직이는 조각의 형상이 놀라운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양정욱 작가의 서서 일하는 사람들 전시 전경 전혜원 기자
양정욱 작가의 '서서 일하는 사람들' 연작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를 기획한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양정욱은 인류애가 넘치는 작가"라며 "그의 작품은 정성으로 빚어낸 조각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돼 자란 제인 진 카이젠의 '이어도(바다 너머 섬)' 연작도 주목할 만하다. 신작 3점을 포함해 총 7점의 영상으로 이뤄진 이 연작은 신화 속 이승도 저승도 아닌 경계의 공간인 이어도를 빌려와 제주와 자연과 문화, 역사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권하윤 '옥산의 수호자들' 전시 모습 전혜원 기자
권하윤의 '옥산의 수호자들'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권하윤의 작품은 가상현실(VR)을 이용했다. 그의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은 일본의 대만 식민 지배기에 대만의 소수민족 부족장과 일본의 인류학자 간 우정을 다룬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관람객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VR 속 대만의 옥산을 돌아다니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윤지영은 사연을 품고 있는 조각 작품을 내놓았다. 신작 '간신히 너, 하나, 얼굴'은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친구의 마음을 담은 조각이다.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그리스어를 쓰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밀랍 실린더에 녹음한 뒤, 이 밀랍 실린더를 녹여 자신의 얼굴로 주조했다.

올해의 작가상 작가들 전혜원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지난 2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인 진 카이젠, 윤지영, 양정욱, 권하윤. /사진=전혜원 기자
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은 "올해는 작가들의 구작뿐만 아니라 최근의 문제의식을 담은 신작들도 함께 소개한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 중 한 명 빼고는 모두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이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될 채널이 없었는데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의 작가상이 한국 작가들이 국내외적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자는 내년 2월에 발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