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위기의 쿠바 경제…외국인 관광객 수 반토막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27010013707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11. 27. 11:11

관광업 편중투자 역효과…트럼프 2기 출범땐 더 악화 가능성
20241127_022645
쿠바를 찾은 관광객들이 탄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자 주민들이 밀어주고 있다. /에페통신
쿠바 경제의 기관차로 불려온 관광산업이 부진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쿠바 관광산업의 고전은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쿠바 전문매체 쿠바디아리오 등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민간기관 '쿠바 21세기'는 보고서에서 "관광 관련 각종 지표가 5년 내 최악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를 관광산업 도약의 해로 잡은 쿠바 정부로선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쿠바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1만8636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48.23%나 감소했다. 국적별로 보면 쿠바를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4명 꼴로 비중이 절대적인 미국과 캐나다 관광객은 각각 73.93%, 19.15% 급감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쿠바를 방문한 관광객도 70%대 수직감소를 기록했다.

미국 등 외국에 거주하는 쿠바 재외국민마저 모국 방문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1~10월 쿠바를 찾은 재외국민은 52.56%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 등 숙박업계 객실률은 25%로 주저앉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쿠바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 35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재도약을 다짐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어 올해 관광수입은 바닥을 친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쿠바의 관광수입은 2019년 31억8500만 달러에서 2023년 12억1600만 달러로 62% 쪼그라든 바 있다.

쿠바 관광업의 고전은 역설적으로 과잉투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쿠바는 지난 15년간 관광산업에 240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대상과 규모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쿠바 정부는 관광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호텔개설 등 관광인프라에 투자를 집중했다. 교통, 에너지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편중된 투자는 전력과 식수위기를 불러왔다. 25일 전력소비가 집중된 시간대 전국의 44%, 26일 48% 등 쿠바에서 전력공급이 끊겨 암흑세상이 되는 국토의 비율은 최근 연일 40%대를 기록 중이다. 펌프를 정상가동하지 못해 수돗물 공급도 중단되기 일쑤다.

보고서는 "제한된 자원을 관광산업에 쏟아 붓다 보니 이런 위기를 자초했다"며 기본적 생활환경이 보장되지 않자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탈(脫)쿠바 바람이 불면서 발생한 관광업 종사자들의 엑소더스 △서방세계의 반감을 사고 있는 친(親)러시아 외교정책 △경제난 가중으로 부쩍 불안해진 치안 등도 관광지로서 쿠바의 매력을 떨어드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쿠바 관광산업의 고전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미국 외교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내정했다. 현지 언론은 "루비오 내정자는 쿠바계지만 (경제봉쇄를 강화해) 쿠바 경제를 완전히 익사시켜야 한다는 대(對)쿠바 강경론자"라며 "쿠바에 권력공백을 만들어 반(反)공산 세력을 복귀시키려는 시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르투로 로페스 레비 마드리드대학 국제학 교수는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린 후 쿠바를 방문한 유럽연합(EU) 주민에겐 미국 무비자 입국이 불허되고 있다"며 "이는 쿠바 관광산업에 결정타 중 하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는 한 쿠바 관광산업에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