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SU7는 AI기능까지 탑재, 가격은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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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을 탑재한 저렴한 전기차를 선호하면서 중국에서 고급 자동차의 개념이 재정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일 완성차 업계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수십 년 동안 정밀한 엔지니어링을 앞세워 중국의 고성능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하며 고급차의 기준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샤오미의 SU7이다. 포르쉐의 타이칸을 연상시키는 이 모델은 타이칸과 같은 수준의 성능과 제동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차 보조 및 운전자의 선호 음악을 재생하는 인공지능(AI) 기능까지 제공한다. 그런데도 가격은 타이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지난해 SU7을 10만 대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는 포르쉐다. 포르쉐는 지난달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2024년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는 판매가 증가했지만,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전체 글로벌 판매량을 3% 끌어내렸다.
특히,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의 지난해 판매량은 2만 836대로 전년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신형 파나메라 역시 중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해 판매량이 13% 감소했다.
독일 베르기슈글라트바흐 자동차경영센터(CAM)의 슈테판 브라첼 소장은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제조업체들의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했다"며 "특히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율 주행 및 원격 제어 기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기본 사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 게리 응은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자국 브랜드 자동차도 충분히 프리미엄급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영업 부문 고위 임원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에서 최대 19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샤오미는 SU7 울트라 모델을 오는 3월 중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의 유명 서킷인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이 모델은 지난해 10월에는 '가장 빠른 4도어 세단'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당시 포르쉐 타이칸보다 20초 빠른 기록을 내면서 자동차 업계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브라첼 소장은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같은 수준의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업체들이 오히려 더 혁신적이거나 적어도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