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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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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5. 03. 04. 13:37

의정갈등 해소 위해 총대 멘 이주호 부총리
이 부총리 결단을 이제는 의료계가 받아야
함께차담회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YONHAP NO-4463>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지환혁 사진
지환혁 사회부 차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고양이를 처치해야 한다는 생쥐들의 회의 내용을 그린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에 대한 비유로 두루 쓰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의정갈등 상황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방안을 의대학장들·의료계에 잇따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이라는 고양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부총리가 방울 달기에 나선 것이다.

의정갈등이 1년을 넘기면서 국민들과 환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아무도 정답을 말하지 못하던 차에 이 부총리가 총대를 맸다. 교육부 입장에선 의대생 복귀를 통한 의대 학사일정 정상화가 목표겠지만, 사회부총리로서 이 부총리의 역할은 의정갈등 해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이 발언으로 정부 내부와 여러 단체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부 부처에서는 의대 증원 정책의 당위성을 훼손한다는 불만이 나왔고, 환자단체들은 "이 부총리가 의협 달래기용으로 의대 증원 동결을 운운하는 것은 불편을 참고 기다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총리에 대한 십자포화 이전에, 부총리가 정부와 의료계 비난을 온몸으로 받으면서까지 의대 정원 문제 해소에 나섰는 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국민들과 환자들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의대생들까지 수업거부와 휴학을 강요받는 피해자가 됐다. 이 부총리의 발언은 어지러운 현 정국에서 국민 부담을 덜고, 의정갈등을 신속히 수습해야 할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내린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보자. 올해 7600여명의 의대생을 교육해야 한다. 2026학년도 신입생을 더 늘려 받기엔 교육 현장도 부담이다.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 외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의대 교육부터 정상화하고 남은 문제는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게 이 부총리의 생각 아닌가 싶다.

피부과 의사인 함익병 개혁신당 선거기획단장도 "이 부총리가 하는 일이 (의정갈등)해법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 단장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다 내려놓고 결단했다"면서 판을 바꿀 수 있는 얘기라고도 했다. 함 단장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각성을 촉구했다. 함 단장은 "의사들도 이제 열린 마음으로 입장을 선회를 하는 게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부차적인 얘기를 의협에서 얘기하는데, 의협이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함 단장의 평가처럼 이 부총리는 모든 것을 떠안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의협은 의정갈등을 해결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정부는 국회와 힘을 합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한다. 누굴 위한 몽니인가. 의사 되려는 후배들을 재물로 자신들의 실리만 챙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의대생들을 위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이 부총리의 결단을 이제는 의료계가 받아야 한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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