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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몽규의 리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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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5. 03. 30. 09:44

문체위 종합감사-1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병화 기자
"무슨 공산당도 아니고 95% 투표에 85% 지지라니 실화?"

지난 2월말 대한축구협회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의 압도적인 승리를 목도한 축구 팬들의 반응 중 하나다.

당선 후 한 달 여가 지났다. 그들만의 카르텔 안에서 정 회장은 축구인들의 지지를 얻었을지 몰라도 축구 팬들과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얻지 못하고 있다. 그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국민적 여론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산하 여야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한 달 만에 가까스로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았다. 정 회장은 소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는 변함없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HDC 현대산업개발을 이끄는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뒤 HDC 현대산업개발 임원을 축구협회에 불법 파견한 것과 관련해 지난 19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앞으로도 정부와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불똥은 엉뚱한 데로 튀어 정부 예산을 온전히 받지 못한 초·중·고 축구리그가 개막이 지연되는 사태를 맞았다. 문체부는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인 18여억원만 지급하며 나머지는 축구협회에서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유·청소년 축구선수의 불안감과 현장 지도자, 학부모의 불만이 커졌다. 회장 인준이 늦어진 축구협회는 총회와 이사회 개최를 4월에야 하게 된다. 정 회장 탓에 새 집행부 구성이 미뤄지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축구계 전체가 수장의 리더십은 고사하고 '리더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리더십의 추락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지난 12년의 임기 동안 정 회장은 누구나 믿고 따를 만한 리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소통하지 않고 편을 갈랐으며 체계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사태가 가장 좋은 예다. 책임지는 리더는 없었고 큰 손해를 끼쳤음에도 진정한 사과 한 마디조차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 회장에게는 사법 리스크도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문체부는 축구협회 특정감사를 통해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협회의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서 겨우 선거를 치렀다.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의 운명은 법원 판결에 의해 또 한 번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정 회장의 취임을 승인하면서도 이후 정 회장에게 중대한 결격 사유 등이 드러날 경우에는 인준 취소를 포함한 보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놓은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정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끄는 한 갈등과 대립은 멈추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금 정 회장의 존재는 조직을 살리는 리더가 아닌 조직에 폐만 끼치는 리더가 아닌 지를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국민들의 마음에서 리더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인 정 회장에 의지해 4년을 더 가야 할 한국 축구계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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