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 부족 등 무능론 확산
"폐지해야" "고쳐써야"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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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또 다른 핵심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이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기소독점주의를 깬다는 명분 아래 2021년 1월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햇수로 5년째를 맞았으나 예산 및 인력 부족 등으로 '무능론'에 시달리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위법 체포·구속수사 논란까지 휩싸이며 이제는 '폐지론'이 들끓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계륵(鷄肋)이 된 공수처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앞다퉈 공수처 해체를 위한 법안을 발의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올해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공수처 설치에 적극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공수처 즉시해체법' 발의를 예고한 뒤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2019년 본격 추진된 바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한다는 취지로,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막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에도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기소권을 명확히 배분하지 않은 채 무 자르듯이 나눠지겠느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법안이 통과돼 기관 자체 중립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진통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매년 초라한 수사성과로 비판에 직면했다. 2022년 3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뒤 6527건의 사건을 접수했으나, 직접 처리한 사건은 4660건이었다. 연간 200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직접 기소한 사건은 현재까지 6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최근까지 1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태생부터 근본적인 한계가 분명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 출신 정준길 법무법인 해 대표변호사는 "검찰 특수부 등에서 제대로 수사를 한 사람이 아닌 판사 출신 등을 채용해 수사력을 보장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사건과 수사만 할 수 있는 사건이 있는 점 자체가 매우 기형적인 구조로, 인적 대상만 정하는 게 아니라 수사 범위도 명백하게 정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도 "공수처 출범 당시 권한이 방대하면 '옥상옥' 문제가 생기고, 권한이 미비하면 '무용론'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정치적 중립성도 담보할 수 없는 조직이었고, 수사 능력 부족도 이번 비상계엄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 폐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있다. 정 변호사는 "과거에도 검찰이 수사를 해왔던 영역에 굳이 공수처를 둘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에 폐지가 맞다고 본다"고 밝혔고, 최 변호사는 "기관 자체의 구성·권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없애기보다는 고쳐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검찰·경찰·공수처 간 수사 경쟁의 좋은 면을 사장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