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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건설사 대표의 사과, ‘위기관리 매뉴얼’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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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4. 21. 15:00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사흘째<YONHAP NO-3811>
지난 13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모습.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연합뉴스
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올 들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2곳의 대표이사가 본인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작성했다. 이 중 한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한 기업의 대표가 직접 사과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사태가 중대하다는 방증이다. 하물며 건설현장에는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대형 사고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건설사 대표의 사과는 더욱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지난 16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붕괴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을 내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현장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약속했다. 앞선 11일 포스코이앤씨가 경기 광명시 일직동 일대에서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2명이 다치거나 숨지고, 주민 2300여명이 주변 체육관과 학교 등으로 대피한 데 따른 조치였다.

앞서 2월 26일에는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전날 발생한 세종~안성고속도로 9공구 교량 구조물 붕괴 사고에 따른 입장문을 내고 모든 역량을 동원한 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나흘 뒤에는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를 굽혔다. 해당 사고로 인해 현장에 있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기 평택과 충남 아산 등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주 대표는 전국 공사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중대형 사고 발생에 따른 건설사 대표의 사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해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당시 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냈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2023년 3월 울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가 넘어지며 원룸 3곳이 파손되고 주민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두영 신세계건설 당시 대표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낸 GS건설의 임병용 당시 대표는 자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조합원들에게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보냈고, 임시 주주총회 자리에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단, 임 대표 명의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자의 사과는 최소한의 자세다. 하지만 '재발 방지', '안전 강화' 같은 문구가 점점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비슷한 사과가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결국 중요한 건 사과의 '형식'이 아니라 '결과'다. 다시는 비슷한 사고로 인해 누군가의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변화가 뒤따를 때 비로소 그 사과는 의미를 갖는다.

건설사 대표들의 사과문 작성과 고개 숙임이 국민들에게 일종의 '위기관리 매뉴얼'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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