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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도심에서 책멍으로 힐링해요”…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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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 임유진 인턴 기자

승인 : 2025. 07. 02. 10:41

"책장 절로 넘어가고…물소리에 마음이 조용해져요"
서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 상반기 운영 종료
9월 5일 운영 재개…여름철 특별 운영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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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에서 한 시민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박아람 기자
아시아투데이 박아람 기자·임유진 인턴 기자 = "청계천에만 오면 책장이 절로 넘어가요. 물소리 들으며 앉아 있으면 마음이 참 조용해져요."

뜨거운 햇살이 한풀 꺾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를 방문하기 위해 경기 안산에서 올라온 권유정씨(23)는 "평소엔 책을 잘 안 읽는데, 여기만 오면 이상하게 책을 펼치게 된다"면서 "행사 끝나기 전에 꼭 다시 오고 싶어 일부러 찾아왔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청계천은 '책읽는 맑은냇가'라는 이름의 야외 도서관으로 변신해 도심 속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잔잔한 물소리와 은은한 배경음악, 강물 위로 드리운 햇살이 어우러지며 도시의 분주함은 잠시 멈춰 선 듯했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각자 책에 몰두하는 이들, 연인과 나란히 책장을 넘기는 모습, 청계천 물가에 발을 담근 채 독서를 즐기는 시민까지 책을 매개로 이어진 다양한 여름의 풍경들이 청계천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울도서관은 지난 4월 23일~6월 29일 매주 금·토·일 모전교에서 광통교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구간에서 '책읽는 맑은냇가'를 운영했다. 올해의 서울색 '그린 오로라'를 반영한 의자, 소반, 북라이트 등이 갖춰진 독서존에서는 약 2000권의 책이 비치돼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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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박아람 기자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있던 이경민씨(23)는 "테이블, 책, 북 라이트까지 전부 무료로 빌릴 수 있어서 편하다"며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 독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으니 한가롭고 좋다.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치된 책을 둘러보던 최재원씨(25)는 "야외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쉼을 주는 듯하다"며 "해가 지고 북라이트가 켜지면 더 예쁠 것 같다"고 했다.

공간이 한정된 만큼 일부 시민들은 빈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온 김유진씨(31)는 "오늘은 시간 내서 일부러 들렀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더라"며 "책 읽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눈치게임 하면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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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임유진 인턴 기자
오후 7시가 되자 색소폰과 피아노 선율이 청계천 위를 감싸안았다.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와 영국의 팝스타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등 익숙한 곡들이 이어지자 조용하던 야외 도서관은 금세 따뜻한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행사 정보를 확인하거나,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의 모습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청계천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김경희씨(54)는 "친구들과 카페에 가던 길인데 음악 소리가 들려서 와봤다"며 "우연히 들르게 됐지만, 야외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다. 오자마자 꽃향기가 퍼져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책읽는 맑은냇가는 상반기 운영을 마치고 오는 9월 5일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8월 휴가철과 추석 연휴 기간에는 특별 운영이 예정돼 있다. 여름철에는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야간 프로그램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박아람 기자
임유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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