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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구리 도둑’ 기승…가로등 꺼진 거리 암흑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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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07. 03. 15:07

도로·철도 등 공공시설 피해 속출
전봇대 잘라 내부 전선 훔치기도
구리 수요 증가·공급 차질로 가격↑
호주 퍼스, 구리 도둑에 몸살…거리 암흑 천지
퍼스 서부 교외의 고가교./플리커
아시아투데이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 호주 전역 곳곳에서 최근 구리 절도가 기승을 부리며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호주 ABC뉴스는 3일 서호주(WA) 도시 퍼스에서 주요 공공시설에 이용되는 구리가 절도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갖가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가로등이 파손돼 도로가 암흑이 잠기거나 전철 운행이 중단되고 있다. 퍼스의 톤킨 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보행로의 전등의 부속품인 구리 케이블이 빠지면서 조명이 꺼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WA 도로인 메인로드에서는 무려 약 65㎞ 구간의 가로등과 14㎞ 구간의 보행로 조명이 구리 절도로 인해 고장났다. 이 도로에서는 매년 구리선 교체에만 200만~300만 호주달러(약 18억~27억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구리 절도가 성행하고 있다. 호주 남부의 태즈메이니아 섬에 있는 도시 호바트의 타스만 고속도로에서는 가로등과 운전자 정보 전광판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케이블이 도난돼 일부 구간이 꺼졌다.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의 간선도로인 퍼시픽 모터웨이 역시 구리 절도로 인해 가로등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NSW 인근 빅토리아 북부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30건 이상의 철도 인프라 구리 절도 사건이 발생해 화물 운송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했다.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에서는 2023년에만 전기 네트워크 손상으로 450만 호주달러(약 4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구리 절도범들의 수법은 더 대담해지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맨홀 뚜껑을 열고 케이블을 훔치는 것을 넘어 전기톱으로 전봇대를 잘라 내부 전선을 훔치기도 한다. 심지어 작업자 복장으로 위장해 건설 현장이나 쇼핑센터에서 버젓이 구리선을 훔쳐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암시장에서 구리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데 있다. ㎏당 최대 10호주달러(약 9000원)에 달한다.

호주 검찰은 지난해 5월 시드니의 기반 시설 현장에서 350만 호주달러(약 32억원) 상당의 구리를 훔친 혐의로 하청업체 직원 3명을 기소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전기차, 태양광 등과 관련된 친환경 산업의 확대로 인한 전 세계적인 구리 수요 증가와 일부 생산국의 공급 차질을 꼽았다.

호주 경찰과 도로 관리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잠금장치가 있는 맨홀 덮개와 새로운 케이블 관리 시스템을 시험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보 시스템과 CCTV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 금속상들에게 구리 판매 시 면허를 요구하는 법률을 도입했지만, 절도범들은 이를 피해 해외로 구리를 밀수하거나 암시장으로 유통하는 등 더 은밀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당국은 구리 절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철도 건널목이나 교량 주변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목격할 경우 즉시 신고할 것을 요청하면서 끊어진 전선이나 사라진 종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바로 경찰에 알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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