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호전적 접근법, 상대국에 정치적 이슈, 저항 부추겨
"협상 중 관세 인상, 상대국 입장 복잡하게 해"
"'안보관세' 예고에 합의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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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담당 고문이 지난 4월 12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 유효 기간이 끝나는 오는 8일까지 90일 동안 90건의 무역합의를 타결할 수 있다고 장담한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8일까지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경제주체의 현실적인 수치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언급한 10~12개국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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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합의 국가에 관세율 통보 후 협상 지속 가능성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 18개국 중 8일까지 10~12개국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고, 나머지와 또 다른 20개국과의 협상은 노동절(9월 1일)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다음주 많은 (무역) 합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교역국에 대해 협상 시한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4월 2일 발표한 상호 관세율 또는 일방적으로 결정한 관세율을 부과하기 시작할 것인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과 1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합의되지 않은 교역국에 대해 상호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곧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폴켄더 부장관도 이날 "협상이 실질적으로 진척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다음주에 그들의 관세율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백악관에서 마라톤 회의를 열고 각 교역국에 대한 관세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마라톤 회의 시점으로 독립기념인 4일께 연방의회가 감세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미합의 교역국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한 상호 관세율을 통보해 지렛대를 확보한 후에 협상을 속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에 대해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미국 대표단이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 협상한 후 관세를 30%로 낮추고, 90일 동안 협상을 하기로 했고, 같은 달 23일 EU 수입품에 6월 1일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가 이틀 만에 한달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 기업을 상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가 캐나다 정부가 이틀후 이를 폐지한다고 하자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반복적으로 철회하고 있는 관세 정책을 조롱하는 월가의 신조어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8일 자신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교역국이 빨리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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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트럼프 호전적 접근 방식, 일본 등에 정치적 이슈, 저항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강경 입장의 새로운 타깃은 일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 통보 서한을 보낼 시범 사례로 일본을 지목하면서 자동차 등 미국의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매우 큰데도 일본 정부가 미국산 쌀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30%나 35%, 또는 미국이 결정하는 관세율을 지불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협상단 대표로 7차례나 워싱턴 D.C.를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은 1일 각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농업은 국가의 근간'이며 생산자가 안심하고 재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여당에 부여된 매우 중대한 임무"라며 "미국과의 협의에서 농업을 희생시키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초 영국과 제한적 합의를 이룬 후 다른 교역국들과의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그 가속력을 이어가기 위해 합의에 도달할 동기 부여가 있는 일본과의 협상을 시작했지만, 일본의 강경한 입장에 봉착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호전적인 접근 방식이 협상 중인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도 정치적 이슈가 돼 협력보다는 미국에 대한 저항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4월 28일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과 고율 관세 부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정책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정부의 완강한 입장이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가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때 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다른 나라에도 정치가 있고, 무역이 특정 선거구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 때문에 국내 정치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끔 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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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는 등 협상 중에 관세를 인상한 것이 다른 국가들의 협상 입장을 복잡하게 만들고, 목재·반도체·주요 광물 등에 대한 '국가안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일부 국가는 그 계획이 공개되기 전까지 합의을 주저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협상 노력이 배가하고 있는데, 한국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완화를 원하고 있고, 한국의 미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안(온라인 플랫폼법)은 그리어 대표, 구글·쿠팡 등 미국 기업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미국 협상단이 지난달 22~27일 워싱턴 D.C.를 찾은 여한구 통상본부장에게 디지털 무역 문제를 제기했다고 협상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전하면서 한·미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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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국 관리 "미·중 얽혀있는 수출주도 경제국, 미 요구 충족 어려워"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중국 상품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막고, 중국 기업이 제조 및 수출 사업체를 설립하는 걸 허용하지 않으며 중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 및 무역 제한을 설정하길 원하는 것도 무역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베트남은 이날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해 20%,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40%의 관세를 지불하기로 합의했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합의에 주저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합의가 단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한 아시아 국가 경제관리는 이 지역의 수출주도 경제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얽혀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