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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못하자 길들이기 나선 러…아제르바이잔은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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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5. 07. 03. 14:56

러·아제르바이잔, 상대국 대사 초치해 서로 경고
아제르바이잔, 러 경찰 구금 사망 사건에 강경 대응
지난해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양국 사이 급속 냉각
RUSSIA-AZERBAIJAN/ <YONHAP NO-6859> (via REUTERS)
지난 1일 아제르바이잔 하지베델리의 한 묘지에서 아제르바이잔 시민들이 러시아 경찰 구금 중 사망한 후세인과 지야딘 사파로프 두 형제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와 옛 소련의 연방국가였던 아제르바이잔이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유는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군사적 충돌 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아르메니아를 지속적으로 도운 데서부터 시작됐는데,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다. 이 외에도 상대국의 국민을 구금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고, 이로 인해 양국 간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러시아, 상대국 대사 '맞초치'하며 격앙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외무부는 2일(현지시간) 주아제르바이잔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아제르바이잔계 주민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도 주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대사를 초치해 자국 언론인 구금에 항의한 데 대한 맞대응을 펼쳤다.

양국의 대사 '맞초치'는 지난달 러시아의 아제르바이잔인 살해 사건과 맞닿아 있다. 러시아 경찰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 거주 중이던 아제르바이잔인의 집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후세인 사파로프와 지야딘 사파로프 두 형제가 사망하고, 다른 아제르바이잔인들 역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찰에 따르면,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 일어난 사망 사건으로, 아제르바이잔인이들이 용의선 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사망사건이 난 후 러시아는 시신을 아제르바이잔으로 보냈고,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여러 부상으로 인한 외상 후 쇼크로 사망했다"면서 "러시아 경찰에 의한 초법적 살인과 폭력의 시위적이고 고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아제르바이잔은 즉각 보복 조치를 취했다. 아제르바이잔 경찰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언론 매체인 스푸트니크 아제르바이잔 바쿠 사무실을 급습해서 7명의 기자들을 체포했다. 이외에도 마약 밀매와 사이버 범죄 혐의로 러시아 IT전문가 등 8명과 15명의 러시아인을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러시아는 또다시 지난 1일 예카테 린부르크의 아제르바이잔 공동체 지도자를 체포해 구금하며 재보복에 나선 것이다.

◇알리예프 정권,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에 크렘린궁 연루 주장

이 같은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25일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 공화국 수도인 그로즈니로 가던 중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여객시가 러시아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여객기에 탑승한 인원은 67명이었으며,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했지만,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일한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알리예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기념행사에 불참하는 등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수도 바쿠를 방문했을 때에는 우크라이나와 아제르바이잔과의 긴밀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알리예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최근 통화에서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에 대해 논의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통화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국민을 괴롭히고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알리예프 정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AP통신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는 불에 기름을 끼얹고 아제르바이잔 측이 감정적인 행동을 계속하도록 도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양국 간의 외교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알리예프·푸틴과의 갈등 시작은 아르메니아와의 전쟁 때문

과거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붕괴 직전까지 러시아와 연방국이었다. 1991년 소련이 쪼개지면서 남부 코카서스가 독립했는데, 이 과정에 두 나라 즉,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카라바흐 지역을 두고 전쟁을 벌인 것이다. 당시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 지역과 인근 영토를 장악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경제·군사 지원을 제공했고, 아제르바이잔은 동맹국인 터키의 도움을 받아 오면서 카라바흐 지역을 30년 만에 되찾았다. 이후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하고, 서방과의 관계 강화로 나서면서 푸틴 정권의 반감을 산 것이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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