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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트남과 무역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골자는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제3국 상품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수출되는 이른바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상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발표한 상호관세에 대한 90일간의 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약 일주일 전에 이뤄졌다. 미국은 최근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유예 연장은 없다"며 강경 메시지를 통해 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해 압박을 가해왔다. 상호관세 부과 이후 무역협정이 타결된 것은 영국에 이어 베트남이 두번째로,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과 무역 협상 타결을 발표한 직후 나이키·GAP·랄프 로렌 등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둔 의류·신발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46%라는 최악의 관세 폭탄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의 내용과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에 대해 "사실상 작은 나라에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은 거대 무역 파트너에게 이런 '불공정한 합의'를 강제로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신발 유통판매협회의 맷 프리스트 회장은 지난해 기준 베트남이 전체 운동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번 무역 협정이 여전히 신발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 짚었다. 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신발 중 상당수는 이미 2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관세를 앉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경제 정책"이라며 "미국의 가정과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이 46%의 상호관세율을 20%로 낮추긴 했지만 결국 베트남 경제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라나 사제디 애널리스트는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기본 관세율 10%의 두 배에 달한다며 베트남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중기적으로 25% 감소하고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베트남 현지에선 세계가 아직 협상 중인 가운데 합의를 성사시켰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베트남에 베트남에 적용될 상호관세율이 30%에 가까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던 탓에 20%의 상호관세율이 "나쁘지 않은 숫자"라는 것이다. 응우옌 주이 흥 SSI증권 회장은 "20%는 양보가 아니라 진전"이라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럼 서기장이 요청한 베트남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이 이뤄진다면, 베트남 역시 수산물 수출업 등 일부 산업에서 큰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