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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이들은 모두 23개의 질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대통령은 하루에 몇 개의 캔디를 먹나요"라는 천진난만한 질문부터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으로서,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시겠어요" 등의 깊이 있는 질문까지 다양했다.
일부 아이들은 성인 기자들보다도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몇 명을 해고했나요" "가장 싫어하는 언론사는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이다. 레빗 대변인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그중 언론의 이목을 끈 질문은 단연 "가장 싫어하는 언론사는 어디인가요"였지만, 가장 여운을 남긴 질문은 마지막에 나왔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질문. 단순하고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레빗 대변인은 단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도널드 트럼프"라고 답했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단순한 정치적 충성심이 아닌, 자부심과 확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자신의 신념, 정체성 그리고 자신이 대변하는 대통령에 대한 일관된 믿음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답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필자는 학창 시절을 경북 구미 금오산 자락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보냈다. 인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었다. 엄격한 기숙사 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주말 외출 시간, 자주 그곳을 찾곤 했다.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대한 목표를 고민하던 사춘기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철학과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질문에 충분한 답을 줬다. 그 이후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묻는 말에 늘 박 전 대통령이라 답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뉴스 진행을 하는 앵커석에도 앉아보고, 정치인을 대변하는 대변인 역할도 해봤다. 레빗 대변인의 답변처럼 자신이 대변하고 있는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동시에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 묘한 부러움이 들었다.
살면서 그런 대통령을 한 번쯤은 만들고 싶다. 또 만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지금 이 순간 국민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이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런 축복이 대한민국에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