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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미러정상회담 문건 유출, 개인의 부주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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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5. 08. 18. 06:14

US-UKRAINE-RUSSIA-CONFLICT-SUMMIT-TRUM... <YONHAP NO-2497>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미러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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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 미국의 외교 보안 관리에 허점이 또 드러났다. 남의 집 싸움을 말리러 가면서 정작 자기 집안 행실 단속에는 넋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15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회담장 인근에 있는 4성급 호텔 비즈니스센터 공용 프린터에서 이날 회담과 관련된 보고서 8페이지가 일반인 투숙객 3명에 의해 발견됐다.

미 공영 매체 NPR은 미 국무부 마크가 찍힌 해당 문서에 정상회담 장소, 일정, 양국 참석자 명단, 좌석 배치, 오찬 메뉴, 정부 관계자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흰머리독수리 책상용 장식품을 선물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었다.

공용 프린터에 국가 기밀 문서를 남긴 것은 현 행정부 직원들의 보안 의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내부 검수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한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타국의 보안 관리 실책에 격분한 적이 있다. 2021년 영국 런던 인근 켄트주(州)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영국 국방부 기밀 서류가 민간인에 의해 발견됐다. 곧바로 영국 정부가 조사한 결과 해당 서류를 분실한 이는 국방부 관리인 앵거스 랩슬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정책기획 사무차장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국민만 볼 수 있는 비밀'이라고 적힌 약 50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영국군 및 미군 특수부대와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미국 주도의 나토 작전 종료 후 영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계획 등 민감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가 민간에 공개되자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자국 군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보안 침해가 발생했다며 비난했다.

막심 베르니에 캐나다 국민당(PPC) 대표는 외무부 장관 시절이던 2008년 여자친구의 집에 정부 기밀 문서를 두고 간 것이 알려져 사임했다. 당시 여자친구가 TV 방송에 출연해 이를 말해 논란이 일었다.

미 행정부는 지난 3월 '시그널게이트'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언론사 편집국장을 초대한 민간 채팅앱 시그널에서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이 사례와 함께 이번 사건은 공공문서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번에 유출된 문서에 관해 "여러쪽의 점심 메뉴일 뿐"이라며 보안 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백악관의 입장이 도의적으로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사안의 경중을 진정 그 정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어느 쪽이든 불필요한 외교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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