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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학교부지만으로 아파트 못 지어”…폐교 활용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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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5. 11. 06. 18:54

전국 폐교 4천곳 돌파…국토부, 주택 공급 카드로 검토
덕수고 리모델링 공사 진행 中…"교육사업 백지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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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모델링 중인 서울온라인학교 모습./사진=한지용 인턴기자
"현재 진행 중인 교육 사업을 백지화하고 신규 주택 공급을 하기는 어렵다."

서울온라인학교 관계자는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교내 시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서울온라인학교 등이 사용 중인 덕수고는 서울시교육청이 보유한 △공진중학교(강서) △도봉고등학교(도봉) △서울염강초등학교(강서) △서울화양초등학교(광진) △성수공업고등학교(성동) 등과 함께 폐교 부지 6곳 중 1곳이다. 이들 학교 부지 면적 중 가장 넓은 폐교 부지(3만4768㎡)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온라인학교, 리모델링 진행 中 "신규 주택 공급 어려울 것"

6일 기자가 찾은 덕수고 부지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70-28 일원에 위치했다. 한양대학교가 바로 옆에 위치하며, 해당 대학 상권 접근성도 높다. 교통 여건도 탁월하다. 한양대역(2호선) 초역세권으로 평가받으며, 왕십리역(2호선·5호선·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은 도보로 15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왕십리역은 GTX C노선 등이 지날 예정이다.

현재 덕수고 부지에 위치한 서울온라인학교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학교 건물 외벽은 비계 구조물과 함께 녹색 방진망이 덮여 있다. 현장은 안전상 이유로 출입 허가를 받았으며, 공사 현장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금지됐다. 정문에는 서울온라인학교 현수막이 2개가 걸려있었다. 본관동(총 4층)에 온라인 강의실 32개 규모의 서울온라인학교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개설 강좌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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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등학교 부지에 위치한 덕수관 모습.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한지용 인턴기자
이는 폐교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검토 중인 정부의 계획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7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폐교를 비롯한 학교용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폐교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폐교 부지나 도심 내 이전 대상 공공기관 부지 등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 문제와 폐교 활용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의 시·도별 폐교 보유 현황에 따르면 전국 폐교학교 수는 총 4008곳에 달한다. 이에 각 지자체는 폐교를 주민 시설 등으로 활용 중이거나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주택 공급이 필요한 서울시 내에선 폐교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25~2029학년도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관내 소규모 학교는 80개(2025년)에서 127개(2029년)으로 1.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서진형 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은 "폐교는 교육부 소유이기 때문에 주거용지 전환에 있어 부처 간 협의 행정 절차가 길어질 것으로 본다. 법적 절차나 행정 절차가 복잡해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국가 역점 사업으로 삼아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경우 공급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 역시 폐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중이며, 정부가 폐교 부지를 주택 공급 대안으로 활용을 추진할 경우 교육청도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서울 시내 학교 부지가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정도로 넓지 않아 확정적이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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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등학교에 위치해 있는 폐쇄 안내문./사진=한지용 인턴기자
◇덕수고 인근 이해 관계 복잡…"현재 보유 폐교로 주택공급 고려 안 해"

문제는 현실성이다. 폐교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덕수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인근 주민 60대 A씨는 "폐교를 활용해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학교가 또 필요한 것 아니냐.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0대 B씨는 "학교 부지 이외에 인근을 전체적으로 재개발하는 것이면 모를까 학교 부지만으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50대 C씨는 "학교 부지 북측은 한양대생들이 거주하는 주택(원룸 등)이 다수 있어 인근 재개발이 쉽지 않다"며 "입지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학교가 이미 들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로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은 재개발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덕수고를 포함한 서울 시내 폐교 6곳은 모두 활용 계획이 장기적으로 수립돼 있다"며 "(6곳을) 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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