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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라이너 부부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결과 타살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일 밤 아들 닉 라이너를 체포했으며, 그는 현재 보석 없이 구금된 상태다. 라이너 감독 부부는 전날 오후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닉 라이너는 오랜 기간 마약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15살에 처음 재활 치료를 받았고, 이후 여러 차례 치료 시설을 오갔으며 재활을 거부하면서 노숙 생활을 한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런 경험은 부자가 함께 각본을 쓴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소재가 됐다. 라이너 감독은 2016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참여한 작품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성공한 배우와 마약 중독에 빠진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현지 언론은 사건 전날 밤 닉 라이너가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주최한 연말 파티에서 부모와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는 라이너 감독의 신작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가족이 함께 참석했으나, 공개된 사진 속에서 닉 라이너만 굳은 표정을 짓고 있어 이후 재조명되고 있다.
라이너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와 정치권에서는 애도가 이어졌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그는 창작 활동과 사회적 참여를 통해 수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며 "문화와 민주주의에 기여한 그의 유산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너 감독 아들의 체포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전, SNS에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너 부부의 사망이 "그가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를 유발해온, 거대하고 고집스러우며 치료 불가능한 정신적 질환, 이른바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라이너 감독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반트럼프 진영 인사로 꼽힌다.
이 발언은 범행 동기나 수사 결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데다, 가족 비극을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강력 사건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왜곡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너 감독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뒤 감독으로 전향해 숱한 흥행작을 남겼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 격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비롯해 '사랑에 눈뜰 때'(1985), '스탠 바이 미'(1986), '미저리'(1990), '어 퓨 굿맨'(1992), '대통령의 연인'(1995),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등을 연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