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잡히지 않는 고환율…“지속땐 복합위기, 펀더멘털 개선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21010011302

글자크기

닫기

조은국 기자 | 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2. 21. 18:30

원·달러 환율 1470~1480원대 뉴노멀
정부, 4자 협의체 방어에도 진정 안돼
물가상승·임금 하락·성장둔화 우려
전문가 "산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2면수정본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살 때 가격은 1500원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과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환율을 잡기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카드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환율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구두개입의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아 '고환율'이 '디폴트값'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팽배하다. 이에 고환율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과 함께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필요한 정부 정책에 대해 조명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470원~1480원대서 움직였다. 1480원대 환율은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8개월만이다. 살 때의 가격은 이달 16일 1500원대를 기록한 후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구매력을 고려한 원화의 실질가치도 2009년 초반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가 발표한 11월 원화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87.05로 전달보다 2.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4월(85.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0년 수준을 100으로 보고 있는데, 이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고환율이 잡히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고환율 원인에 대해선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상대적 가격"이라며 "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한국의 펀더멘털이나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국내 주식시장도 문제"라며 "최근 AI에 대한 투자확대, 한해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확정, 미 트럼프 측근으로 꼽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오른 점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최근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가장 먼저 희생될 국가로 시장이 작고 돈을 빼기 쉬운 한국시장이 지목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6개월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 AI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AI 랠리가 우리나라에서 주춤하다보니 외국인들이 자금을 뺐는데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환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또 "원화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니까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 한미간 금리차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점 등이 고환율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좀처럼 환율이 진정되지 않자 정부도 적극 환율관리에 나선 모습이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한다"며 "외화건전성 규제 완화나 기업의 달러 매도 유도 등의 정부 정책이 변동성 완화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달러 강세 흐름을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에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유변동 환율 시스템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 환율을 조정하면 환율 조작국이 될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대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 역시 "실물 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최근 기업투자자 입장에서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정부 정책이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모두 고환율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등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양 교수는 "가격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가격 상승을 제한하면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막아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때문에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 임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대출금리와 소비자 물가가 동시에 자극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와 기업의 원가부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 성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 교수는 "달러를 들어오게 하려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 친화정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외국 시장과 비슷하게 가야한다"면서 "외국보다 강한 정책을 펴다보면 기업들이 들어올 유인이 없고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다시 1300원대나 1400원 초반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산업 포트폴리오는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로 돈을 벌고 있는데,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 글로벌 경기 흐름, 국내 물가 안정 여부와 외국인 자본의 흐름이 내년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정책 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 코스피 지분이 약 30% 정도 된다. 이들이 무너지면 주식시장은 완전히 망가지고, 외국인 투자자도 이탈하고, 환율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정부 당면 과제는 대안 산업 육성이 될 전망인데, 부진한 산업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의 R&D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국 기자
한상욱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